영화평론가 정성일 감독데뷔작, 한달째 촬영중단 왜?

전형화 기자  |  2009.02.11 08:49
ⓒ정성일 평론가의 감독 데뷔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인공 신하균과 문정희.


국내 간판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첫 연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한 달째 촬영이 중단돼 영화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순한 투자 문제라기보단 어려운 한국영화 환경을 반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한 남자와 네 여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신하균 문정희 정유미 김혜나 등 충무로 실력파 배우들이 캐스팅된 작품. 정성일씨가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 달 7일 촬영에 들어갔다.

정성일씨는 영화잡지 '키노' 편집장,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아카데미 및 영상원 교수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평론가였다. 평론가가 감독으로 변신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영화계에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주목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예술지원작으로 4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달 중순 돌연 촬영이 중단되면서 한 달째 촬영이 진행되지 않자 영화 제작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화계 불황으로 투자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속사정은 조금 달랐다. 정치논리와 느린 행정 과정이 영화 제작에 발목을 잡았던 것.

제작사 북극성의 김종원 대표는 "영진위 지원금은 차질없이 나왔다"면서 "하지만 다양성펀드에서 지원받기로 한 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영화 촬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양성펀드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뒤 한동안 다양성펀드 지원이 중단되면서 벌어진 사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다양성펀드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다시 지원을 받기까지 절차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영화 제작이 중단되면서 스태프 인건비 등이 상승, 예정된 7억5000만원 가량 예산이 초과한 것은 불가피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촬영 중단은 한국영화 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이런저런 곳에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현장에는 큰 도움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도 제작자는 제작에 충실하려 한다. 김종원 대표는 "다행히 지원이 이뤄져 빠르면 다음 주부터 촬영이 재개될 것 같다"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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