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 '~뿐이고'는 다 안상태 것?

정진우 기자  |  2009.02.11 16:26

"나안~ 원하는 걸 골라먹었고 신나게 놀았을 뿐이고 기분 좋고... 아기의 이야기를 들으세요"

지난해 최고 유행어 중 하나인 개그맨 안상태의 '~뿐이고'를 활용한 기저귀 CF. 안상태는 이 광고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로만 출연했다. 안상태는 이 제품을 만든 회사와 계약을 맺고 목소리 출연을 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는 그의 허락 없이 이 유행어를 활용한 광고가 판을 친다. 친숙한 그의 유행어를 활용,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기저기서 무단으로 사용했다.

유행어가 한번 히트 치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각 업체에선 인기 있는 유행어를 활용하려고 한다. 문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유행어를 상업적으로 도용한다는 것. 개그맨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만든 아이디어인 유행어도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개그맨 안상태는 "내 허락 없이 유행어를 함부로 가져다 쓴 것을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다"며 "유행어를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전에 적어도 유행어를 만든 원작자의 입장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상태는 2005년에도 '깜빡홈쇼핑' 코너에서 안어벙으로 분해 "빠져~봅시다"를 유행시켰다. 당시 한 우유 CF는 그의 허락없이 성우를 기용, 그를 흉내냈다. 결국 사후 연락을 취해 유행어 사용료를 받았다.

그나마 이같은 경우는 많지 않다. "내가 만든 유행어가 광고에 많이 사용되자 내가 돈을 많이 번 줄 안다"고 억울해하는 연예인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2006년에는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광고에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 논의가 불붙었다. 개그 매니지먼트사들을 중심으로 개그맨들의 창작물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엔 개그프로그램 '개그야'의 '사모님'에서 나온 "김 기사, 운전해 어서~"가 크게 유행하면서 사전 허가나 협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돼 문제가 됐다.

TV 광고를 비롯해,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없는 라디오 CM과 휴대폰 벨소리 등 모바일 콘텐츠에서 봇물처럼 번져나간 것이다. 당시 이 같은 문제에 개그 매니지먼트사들이 대부분이 공감, 방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구체적으로 제도화 된 것은 없다.

지금도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광고에 활용한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이와 관련, 저작권법에 명확히 규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무단으로 광고에 이용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며 "유행어가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이유는 유행어에 개인의 사상이나 감정이 그대로 담겼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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