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없는 드라마 표절시비, 툭하면 불거져?

정진우 기자  |  2009.02.12 16:54

인기에 편승한 의혹제기 인가, 거대 방송사를 상대로한 승산없는 선전포고인가.

최근 시청률 40%에 육박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아내의 유혹'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 SBS '쩐의 전쟁', '왕과 나' KBS '대왕세종' 등 과거 많은 인기드라마들처럼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 드라마는 인기를 끌기 전엔 조용하지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소위 '떴다'하면 어김없이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12일 소설가 정혜경씨는 부산의 한 출판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자신의 소설 '야누스의 도시'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BS는 "표절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SBS드라마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인기드라마 '쩐의 전쟁'은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과 내용 및 구성이 거의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가는 SBS를 상대로 방송 및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 당했다.

드라마 '왕과 나'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이정우씨는 이 드라마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결국 기각됐다. 지난해 사극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드라마 '대왕세종' 역시 표절 논란이 일었지만 곧 수그러들었다.

이처럼 인기드라마들이 유독 표절논란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일부 방송계 인사들은 무명작가들이 드라마 인기에 편승, 의도적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인지도 상승이나 책판매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기가 없을 땐 표절 시비가 나타나지 않지만, 인기가 높아지면 의혹이 제기된다는 배경에서다.

또 많은 작품들이 스토리나 구조가 비슷해 작가들이 일부만을 보고 표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여러 양식을 통해 그려지지만 비슷하게 표현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반면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의식, 여러 작품들을 무단으로 드라마에 차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대 방송사들이 드라마의 인기를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창작보다 짧은 시간에 남의 창작물을 적당히 변형시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과 비슷하다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후 기각 당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판결을 받는다. 방송사들이 표절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표절이 인정된다고 해도 실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케이스는 찾기 힘들다.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이 접하는 드라마를 중단하면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MBC '여우와 솜사탕'은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MBC '사랑의 뭐길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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