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이상용이 회고한 김 추기경의 유머

정현수 기자  |  2009.02.20 14:00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김수환 추기경은 일반인들에게 늘 '웃는 얼굴'로 기억되고 있다. 천주교와 이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인자한 얼굴에 머금은 미소는 보는 사람들마저 미소 짓게 했다.

실제로 김 추기경과의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김 추기경을 언급하며 '유머 있는 분'이라고 회상한다. 스스로를 '혜화동 할아버지'라 칭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했던 김 추기경만의 매력이었던 셈이다.

방송인 이상용씨와 관련한 일화는 김 추기경의 유머 감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들러 김 추기경과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이씨는 "평소에 저를 예뻐해주시고 제 유머를 듣는 것이 취미셨다"며 "유치원 때 쓰던 모자를 아직까지 쓰시느냐고 여쭤봤더니 통장도 없고 카드도 없어서 바람에 날아갈까봐 핀으로 꽂아가지고 다닌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고인의 검소함과 소탈함이 돋보이는 에피소드다.

그는 또 "제가 김 추기경님에게 그 얼굴 가지고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오겠는가라며 신부 되기를 잘 하셨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셨다"고도 회고했다.

김 추기경을 곁에서 보좌했던 최성우 신부도 김 추기경은 '지혜롭고 유머 있는 분'으로 기억했다.

최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어느 수도회의 서품식이 있었는데 (김 추기경이) 갓 서품을 받은 새 신부들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제대 위로 올라오라고 하셨다"며 "신부님들의 가족사항을 간단히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누구의 실수였는지 모르지만 한 신부님의 가족사항이 잘못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님은 수도회 측에서 준비한 대로 '이 신부님은 어릴 적에 아버님이 돌아가서 홀어머니 밑에서..'라고 소개하셨는데, 사실 아버지가 서품식에 참가한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추기경님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서품식이 너무 기뻐서 부활하여 오셨다'고 대답하셔서 모두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장례미사는 명동성당을 가득 채운 신도를 비롯해 일반인들의 추모 속에 모두 마무리됐다. 모든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 추기경의 시신은 장지인 서울대교구 용인 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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