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강했다. 이치로는 명성 그대로였고 마스자카 역시 위협적이었다. 14대2의 치욕적인 7회 콜드 패. 지난 7일 저녁 열린 WBC 아시아예선 한일전은 우리 야구사에 불명예스러운 경기로 남게 됐다.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반면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알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등극한 김광현은 이날 일본 타자들에게 그야말로 난도질을 당했다.
이 경기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본을 철저히 연구하지 않으면 한국은 그들에게 항상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다.
9일 저녁 열리는 한·일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날 저녁 WBC 아시아예선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난다. 지난 7일 치욕적인 패배를 설욕할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한국 야구는 이번 경기에서 지난 7일과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8일 저녁 중국을 14대0 콜드게임으로 이겨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았고 선수들의 태도도 지난 7일과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이날 폭발적인 타선을 기대하고 있다.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태균이 해결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은 지난 7일 일본전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초대형 홈런을 뽑아낸 것을 비롯해 볼넷 3개와 8타수3안타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호와 이범호 등의 타격도 살아난다면 일본전을 쉽게 갈 수 있다.
다만 추신수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게 문제다. 추신수는 '1라운드 3경기 출장'이라는 소속팀 클리블랜드와 약속 때문에 출전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타격감이 좋은 추신수가 기용될 경우 한국 타선에 힘이 더욱 실린다.
한국 야구가 더 이상 일본 야구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던 게 지난해 여름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2번이나 진 일본은 이제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바뀐 것이다. 이날 경기도 이런 자신감을 무기로 나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든 한·일전 경기는 항상 실력이외의 것들이 작용한다. '일본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민족적 갈망이 어떤 경기든 스며든다. 한국 야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어이없는 패배는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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