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추자현이 또 일을 냈다.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그녀는 실종된 동생을 찾으러 나선 언니가 되어 살인마와 대결한다. '사생결단'의 마약 중독자, '미인도'의 기생을 떠올린다면 그녀에게 어쩌다 또 그런 센 역할을 하게 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센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 배우로서 걱정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추자현은 일단 모든 걸 결정하면 자신을 놓고 작품에 푹 빠지는 배우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강단있는 그녀의 크고 까만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녀에게도 웃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것. 추자현은 "멜로를 할 것 같지 않은 배우에게도 그만의 멜로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서른이 된 그녀에게서는 여인의 내음이 진하게 풍겨왔다.
-또 이른바 '센 영화'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게 큰 이유였나.
▶일단 시나리오를 못 본 상태였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아무래도 더 애정을 갖게 된다. 단번에 오케이를 할 수는 없었다. 센 이미지가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는 아니었고,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녹록하지 않으니까. 결국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스릴러를 하겠냐는 생각에 결정했다.
'사생결단'을 연기하며 행복했다. 연기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한정된 캐릭터 탓에 늘 목말랐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힘든 작품 뒤에 또 힘든 작품을 왜 하냐, 바로 그 맛을 봤기 때문이다.
-어려운 작품, 센 작품에 대단한 집중력을 보인다. 골라서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건 아니다. 솔직히 작품을 결정하는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그 다음 생각을 못 할 뿐이다. 크랭크인 이후에는 추자현을 잊고 푹 빠지다보니 본의 아니게 임팩트를 살리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하면 이미지는 어쩌지? 다음 작품은 어쩌지?' 이런 생각을 못한다. 그게 내 성향이다. 그 강렬함 때문에 내 이미지도 센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센 장르 때문일수도 있고. 센 이미지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도 사실 있다.
-실제 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실종'은 최근 '강호순 사건' 때문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충격은 없었나.
▶이 현실이 안타깝다. 각종 실종 사고, 연쇄살인이 그 전에도 있었고, 그걸 모티프로 삼아서 상상을 더해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 촬영하는 동안은 '영화는 영화다'며 찍었는데, 후반작업이 끝나고 배급이 잡힐 무렵 사건이 터지니까 세상이 무섭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당시 중국에 있다가 나중에야 접했는데, 영화 때문인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그런 뉴스를 보면 겁이 났는데, 이번에는 그 유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안타깝더라.
▶정말 그렇다. 시상식에서 손 흔들면서 웃는 것 말고는. 요즘에는 훈훈한 멜로를 한 번 해보고 싶다. 활동을 10년 넘게 했는데 딱히 멜로 연기를 한 적이 없다. 중성적이고 보이시하고 센 역할을 하다보니 '여배우'라는 느낌이 없나보다.
20대 때는 멜로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르게 연기를 하는 게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내숭도 떨고, 조신한 척, 예쁜 척도 해봤어야지 왜 안그랬나 싶다. 의도하지는 않았다 해도 어떻게 보면 지금 내 이미지를 내가 만든 것이다.
-올해로 서른이 됐다.
▶20대 때 난 다른 여배우들이 해보지 못한 느와르를 해봤고, 20대에 과감한 노출도 해봤다. 그걸 모두 20대에 했기에 한편으로 각인된 이미지가 생겼다면,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여배우와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서른이 되다보니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대 때는 각박하게 연기하는 급급했다면 지금은 조금 연기의 맛을 느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랑을 연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애잔하게 웃는 얼굴이면 어떨까. 서른이란 나이는 참 좋은 것 같다. (웃음)
-어떤 멜로를 해보고 싶나.
▶예전에는 늘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최명길씨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매번 써먹었다. 서른이 되니까 이젠 또 다른 나만의 멜로, 사람 냄새 나는 멜로를 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힐러리 스웽크가 했던 'P.S. 아이 러브 유'같은 영화도 좋다. 예전엔 작품을 보며 '나 저거 하고싶어' 그랬는데, 지금은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생각하게 된다.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다.
▶영화 홍보를 하면서야 '주인공이라고 주목을 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촬영 때는 이제까지 작품보다 신이 좀 많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김성홍 감독과 문성근이란 배우가 먼저 떠오르지 않나. 내가 있어서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질 만큼의 이름값이 있다면 부담이 크겠지만, 난 아직 그런 배우가 아니다. 욕만 안 먹었으면 좋겠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영화가 센 거지 상황이 센 거지 그 전 역할처럼 캐릭터가 세지는 않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 우는 눈물과 범인 앞에 우는 눈물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더 세게 보일 수 있지만 배우이기에 그런 걸 두러워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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