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이 보이나요?' 소통의 '슈키라' 현장을 가다

최문정 기자  |  2009.03.14 11:26
KBS 쿨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출연한 슈퍼주니어 ⓒ이명근 기자


바람 때문인지 체감 영하 5도라는 기상 정보를 한 귀로 듣고 있던 오후 6시께.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쿨FM 라디오 스튜디오 밖은 이미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선 채 한강 강바람의 시퍼런 칼날에 질려가고 있었다. 1년 6개월을 기다렸던 그들, 쿨 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이하 '슈키라')로 공식 활동에 돌입한 첫 날, 첫 라디오 출연에 나서는 슈퍼주니어를 만나기 위해서다.

"평소에도 팬들이 많이 오긴 했지만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더욱 많다. 오늘은 날도 추운데, 이렇게 많이 까지는 안 왔었다."

'슈키라'의 연출을 맡고 있는 홍순영 PD의 말이 아니었다고 해도 특수 설비된 유리를 뚫고 안으로 들려오 는 팬들의 들뜬 목소리는 충분히 범상치 않은 바깥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등장하기 전, 아직 이특과 은혁 두 DJ가 진행하고 있었지만 3집 앨범 발매 후 첫 방송이었던 '뮤직뱅크' 이후 곧장 와 여전 히 새 앨범 콘셉트의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하고 있는 두 DJ의 모습을 본 팬들은 기대감에 잔뜩 들떠 있었다.

오후 6시께에도 스튜디오 앞은 이미 모여 선 팬들과 "13일 *자리 예약"이라며 이름과 연락처, 예약 명수를 적어둔 하얀 종이들로 메워져 있었다. 오전 8시에 남겼다는 쪽지 등은 그들의 기대를 반증했다.

KBS 쿨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의 오픈 스튜디오 밖에 모인 팬들 ⓒ이명근 기자

그리고 방송 시간, 특히 멤버들이 등장할 오후 11시에 다가갈 수록 현장은 더욱 붐비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밖을 향해 연신 "조심하라"며 입을 벙긋대던 홍순영 PD는 10시 30분께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모여 있는 팬들에게 "사람들이 많이 와 위험할 수 있으니 서로 밀치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홍순영 PD는 "청소년 방송이니만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운 겨울이면 천막처럼 보온 장치를 해줬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그것도 못했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 와 준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특히 동남아에서 온 팬들을 얼마나 춥겠나"며 걱정했다.

'이 시간에 웬 동남아 팬?' 싶었지만 실제로 그와 함께 나선 스튜디오 밖 상황은 상상 이상이었다. 스튜디오 앞, 멤버들이 들어올 출입구 앞, 주차장 입구 앞 등은 팬들이 잔뜩 모여선 상태였고 뚫고 지나가는 내내 한국말 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평소에도 한국, 중국, 일본 팬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 팬과 와인을 선물하기도 했던 프랑스 팬들이 찾는다는 현장은 400여 명 이상은 족히 될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슈키라'의 경우에는 팬들이 많이 모인다는 특성을 살려 특별히 스튜디오 앞에 작은 마이크를 설치해서 바깥의 팬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날도 '슈키라'의 팬들과의 소통은 이어져 슈퍼주니어는 즉석에서 "노래 어때요?", "춤은요?"라고 물으며 첫 방송 이후 체크 못했었던 3집 앨범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

팬들은 이에 11시 25분에 이미 콩 메시지와 문자를 합쳐서 누적 5만3천여 건의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보내며 멤버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동방신기 출연 당시 조금 문제가 생겼던 점을 감안해 미리 인터넷 팀에서 손을 써뒀음에도 인터넷은 느려지더니 결국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고 말았다.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한 멤버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멤버들은 방송 시작 전 대기상황, 앞서 대본을 체크하면서도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며 잔뜩 모여선 팬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늦은 시간까지 현장을 지켜주고 있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작은 흥분에 확 살아났다.

KBS 쿨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출연해 팬들에게 인사하는 동해와 DJ 은혁 ⓒ이명근 기자

여기에 현장에 온 사람들에게 미리 받았다는 왜 멤버들을 좋아하는 지 등에 대한 멘트가 방송되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으며 관계자들이 "신기하다"고 할 만큼 방송 내내 한껏 들뜬 모습을 보여줬다. "몇 만 건이 오니 보는 것만도 일"이라던 순식간에 쌓여 휙휙 넘어가는 팬들의 목소리도 시간이 날 때마다 모여 체크하며 팬들과 소통의 끈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돼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오픈 스튜디오를 찾은 팬들 중 2명을 선착순 문자로 신청을 받아 스튜디오 안으로 초대한 것이다. 이들은 "계 탔네", "부럽다"는 다른 팬들의 목소리 속에 멤버들의 코앞에서 방송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러나 이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도 긴장한 듯 조용히 앉아 두 손으로 휴대폰만 꼭 부여 쥐고 있는 이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막상 뽑히고도 시끄러운 현장 소리에 묻혀 전화를 못 받기도 일쑤 인만큼 복권 당첨의 확률을 뚫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흥분한 기색은 없었다.

이들은 막상 소감을 묻자 "'뮤직뱅크'를 본 후 바로 넘어왔다. 설마 될지 몰랐는데 너무 기쁘다"고 감춰뒀던 들뜬 모습을 내보이며 일반적인 팬의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너무 신나고 떨리는 데 폐가 될까봐 막 좋아하지 못하고 조용히 있는 것"이라며 성숙한 팬 문화의 단편을 보이기도 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그 마음을 안다는 듯 드러내놓고 반기기보다 작은 배려들로 팬들을 챙겼다. 또 직접 사인한 3집 CD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함께 큰 추억을 선물했다. 물론 방송을 마치고 나가는 순간까지 연신 손을 흔들고 허리 숙여 인사하며 스튜디오 밖 팬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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