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성공한 정현욱 "내가 조선의 국노다"

정현수 기자  |  2009.03.17 10:00

지난 시즌 127이닝을 던지며 10승 4패의 기록. 선발투수의 성적표가 아니다. 중간 계투로서 무려 53경기에 출전한 정현욱(31·삼성 라이온즈)의 기록이다. 그래서 별명도 '정노예'가 됐다. 노예처럼 경기에 많이 출전한다는 이유에서다.

정현욱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봉중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고의 '믿을 맨'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현욱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정현욱이 지금까지 출전한 경기는 모두 세 경기. 아시아예선 일본과의 두 경기, 그리고 지난 18일 열렸던 본선 첫 경기 멕시코전이었다. 멕시코전 5회 1사 만루에서 삼진과 범타로 처리한 그의 활약은 특히 압권이었다.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정현욱이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승장구하자 팬들은 그의 별명도 바꿔 달았다. '국민노예'라는 것이다. 명성황후의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말을 패러디한 "내가 조선의 국노다"라는 패러디물도 제작돼 유포중이다. 정현욱의 입장에서는 새삼스러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WBC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사실 정현욱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정현욱은 지난 2004년 발생했던 병역파동으로 홍역을 치뤄야 했다. 한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병역파동으로 8개월간 실형도 살았고, 이후 군복무까지 마치면서 그의 야구 인생도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구치소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

팬들도 그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환호하고 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현욱과 관련한 사진을 올린 한 팬은 "오늘 당신의 2이닝은 저들의 콜드승보다 아름다웠습니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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