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자연 문건' 입수하면서 검증도 안한 셈?

분당(경기)=김건우 기자,   |  2009.03.19 09:36

KBS가 '장자연 문건'의 입수 과정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KBS1TV '뉴스9'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문건 입수 과정을 공개키로 결정했다"며 "지난 13일 오후 5시 30분 유장호씨 기획사 사무실 앞에서 100리터 쓰레기봉투 맨 위에서 불에 타다 남은 문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9시경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은 쓰레기봉투 아랫부분에서 찢어진 사본을 발견했고 6시간에 걸쳐 이를 복구했다"며 "복원된 문건은 유 씨가 가지고 있던 사본 4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BS가 '장자연 문건'의 입수 과정을 공개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문건의 종류와 개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된 듯 하지만 사건의 해결이 되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KBS 정말 조력자 없었나?.. 문건 검증 안한 셈

KBS는 방송을 통해 문건은 조력자 없이 전 매니저 유 씨의 사무실 쓰레기봉투에서 입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력자 없이 쓰레기봉투에서 입수한 문서를 '장자연 문건'이라 단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KBS가 13일 오후 9시경 쓰레기봉투에서 찢어진 사본을 복구해 문건이 유 씨가 가지고 있던 4장으로 추정했지만, 결국 이날 '뉴스9'에서 보도했던 불에 탄 문건이 장자연이 작성했다는 판단의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조력자가 없이 문건을 자체적으로 입수했다면 KBS는 기본적인 검증을 하지 않은 채 보도한 셈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에 의해 발견 문건이 고인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유족의 주장대로 이 문건이 기획이나 강요에 의해, 혹은 본인이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았다.

KBS 문건, 실명 지워져 있었나? 지운 채 경찰에 건넸나?

KBS는 13, 14일 공개한 문건에 실명이 지워진 채 보도했다. 또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사람은 언론계 유력인사, 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 등 10명 안팎"이라며 "상당수는 이름 석 자만 대면 알만한 사회 지도층 인사"라고 밝혔다. 이어 실명이 거론된 드라마 제작사 대표와 PD 등 2명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해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우선 KBS가 입수한 문건에 원래부터 실명이 지워져 있었는지 의문이다. KBS가 입수한 실명이 적혀 있는 문건은 찢어진 사본이었다. 만약에 실명이 지워져 있는 문건을 입수했다면 유 씨는 실명 모두가 아닌 일부부만 지운 채 찢었고, 중요한 부분만을 남긴 채 불에 태운 것이 된다. 왜 그랬을까?

또 KBS가 이름을 지운 채 경찰에 문건을 넘겼는지도 알 수 없다. 경찰은 18일 브리핑에서 KBS로부터 받은 문건에는 실명이 지워져 있었다고 밝혔으며, 일부 관련 진술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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