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이 충격을 안기고 있다. 고 안재환과 고 최진실을 비롯해 연예인 장채원, 패션모델 출신 연기자 김지후, 가수 이서현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에도 신인탤런트 장자연과 트로트 가수 이창용이 자살을 택했다.
비단 연예가의 일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자살이 늘고 있다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30대 청년층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드러났을 정도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는 탓일까? 유독 우리 드라마 속에서도 자살 혹은 자살 소동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심각한 시도와 항의성 액션이 뒤섞여 있지만, 며칠이 멀다하고 등장하는 드라마 속 자살 소동은 현실과 맞물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SBS '아내의 유혹'과 KBS 2TV '꽃보다 남자'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으로 드라마의 문을 열었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로워하던 민소희(채영인 분)가 바다에 몸을 던졌고, '꽃보다 남자'에서는 집단 왕따에 괴로워하던 남학생 이민하(정의철 분)가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다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다.
최근 MBC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에서는 주인공 영민(이정진 분)의 고모가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으려 했다. 아들처럼 키운 영민의 예비 장모(한영옥 분)가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에서다. MBC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는 아들 경우(신성록 분)의 결혼을 반대하던 어머니(양희경 분)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쥐약을 마시겠다며 으름장을 놓다, 아들이 직접 마시겠다고 병을 집어들자 화들짝 놀라는 장면이 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MBC '에덴의 동쪽' 마지막회에서는 레베카(신은정 분)가 평생 애증을 쌓은 신태환(조민기 분)을 옆자리에 태운 채 자동차를 몰고 저수지로 돌진했다. 코믹한 분위기였지만, MBC '내조의 여왕'에서는 실업으로 아내를 볼 면목이 없다며 백수 남편 달수(오지호 분)가 한강 다리 위에 올라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연이은 자살 소동 장면에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이다. 특히 자식의 결혼에 반대하는 부모가 목숨을 담보로 고집을 부리는 장면들을 두고선 "이것이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전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드라마들의 게시판에는 "시도때도 없이 자살", "못봐주겠다"는 글이 종종 올라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자살 소동이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악영향, 위험성을 우려한다. 드라마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등에서 반복해서 자살 소재가 등장하는데다, 최근 계속된 연예인들의 자살 때문에 자살률 증가나 베르테르 효과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미디어연구소 권장희 소장은 "각종 드라마들은 시청률을 의식해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이 잦다"며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이 있지 않나. 하지만 자살 소동을 영상으로 반복해 접하는 일은 부지불식간에 자살을 하나의 대안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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