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되게 운이 좋아서 10대 때 어떻게 일하다가 어찌 어찌하다보니까 알려지게 됐어요. 20대 초반까지요. 근데 너무 싫더라고요. 그렇게 다들 알아보는 것도. 이 쪽 계통에 오니까 워낙 연기 잘하는 사람도 많고 거기서 오는 충격들을 못 이기겠더라고요."
채림은 조심스럽게 은퇴를 고려했었다고 고백했다. "내 성격에 저만큼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그 때 그만두지 않았던 것이 잘한 것 같아요. 여배우란 욕심만 좀 버리면 좋은 직업이에요. 너무."
그 욕심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채림은 팔을 벌리며 "내가 꼭 여기서 이 자리까지 올라갈 것이란 이런 욕심 말이죠. 그런 욕심만 없다면 배우라는 직업은 배우면서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배우는 배우면서 하는 직업이다. 10년 차 연기자인 채림의 관록이 묻어나는 명언이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SBS 스페셜-여우비(女優悲)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채림은 "들어본 적이 있다"며 반색했다.
'SBS 스페셜-여우비(女優悲)'는 20여 명의 여배우들이 '대한민국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직접 인터뷰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윤여정 씨가 등장해 '엄마 역할은 왜 반대만 하는 것일까?'라며 자기는 진짜로 아들 결혼할 때 반대 절대 안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근데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아빠보다 더 반대하는 것은 모성애 때문 아닐까요. 남자들은 못 느끼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채림의 이외의 답이 퍽 신선했다. 많은 고민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답. "제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럴 때 멍하니 제가 연기하는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한 사람이지만 여러 사람의 삶을 배워야 하니까."
그래도 애도 안 낳아본 싱글 여배우가 미혼모 역할을 한다? 어지간한 용기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 법 하다. "솔직히 미혼모 역 제의 받고 고민 안했어요?" "한 번도요." 채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국장님이 걱정했죠"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박지현 작가가 "사실 나이도 얼마 안됐는데 아직은 처녀 역할만 할 것 같으니까. 사실 이 나이 여배우가 미혼모 역 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작가 입장에서 정말 고마웠죠"라고 말했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어요. 배우가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를 해야 하는데 너무 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주어진 역만 하다보면 스스로 갇히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도전하고 싶더라고요."
'여우비'에 출연했던 한 중견 여배우가 비슷한 나이였는데 자신은 엄마 역할을 하고 남자 배우는 아들 역할로 나왔다고 하더라며 "나이가 들수록 여배우의 역할에 한계가 지어진다는 것을 뜻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채림은 "젊은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얘는 발랄하니까 발랄한 것만 계속 시키고 얘는 어두운 면이 있다고 어두운 것만 시키고 자꾸 배우를 틀에 갇혀 놓죠. 사실 외국 배우들 보면 맥 라이언이 스릴러도 했다가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그러잖아요. 우리는 그런 기회를 많이 못 갖는 편이에요"라고 털어놓는다.
박 작가 역시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 배우한테 원하는 것만 자꾸 시키는 거죠"라며 거든다.
"근데 그 틀을 깨야 해요. 어떨 때는 배우들이 도전할 기회가 와도 거부를 할 때가 있거든요. 앞으로 펼쳐질 것이 보이니까요. 내가 스물여섯 살에 서른 살 역할이 들어와서 소화하면 그 역할밖에 안 들어와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러죠. 내가 미혼모 역할을 하면 다음에 주부 역할을 맡겠구나. 그런데 그것을 깨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에 처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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