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28)은 바쁘다. 새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곧 개봉을 앞뒀고, KBS드라마 채널의 새 작품 '그녀의 스캔들'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하루 전에는 패션쇼 모델로 캣워크를 장식했다. 이 모두를 위해 지난 서너 달을 쉼 없이 달렸다. 마지막 한 달은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물론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다.
"이제야 연기하는 진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홍수현. 그러나 커진 재미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도, 변화에 대한 열망도 커졌다. 물 불 안가리는 열혈 형사로 분한 '인사동 스캔들'이나 사랑스러운 실수투성이 아가씨로 분한 '그녀의 스캔들'은 참하고 여성미 넘쳤던 지금까지의 홍수현과 거리가 먼 작품들. 그러나 홍수현은 "그것이 나의 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홍수현은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를 반복하는 작품은 과감하게 거절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내가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단아하고 참한 얼굴 안에 갇힌 것이 갑갑했던 홍수현은 드디어 그 틀 밖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벌써 연기경력 9년째가 됐다.
▶예전엔 촬영 전 날에는 컨디션 조절해야 한다고 집 밖에도 안 나가고 대본만 보곤 했다. 촬영 전날 딴 짓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남들과 똑같아선 안될 거라고, 더 열심히 해야 남들만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요즘엔 내가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촬영 전에 대본도 열심히 본다. 이제는 집 앞에도 잠깐 다녀오고 할 정도다.(웃음)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느라 힘들었겠다.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도 목마름이 있었다. 연기하는 데 진짜 재미를 느낀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늘 연기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쉬는 것보다 연기가 더 재미있고 막 열의가 생긴다. 딱히 계기는 없었다. '영화는 영화다' 촬영 때부터일까? 소지섭 강지환 멋진 배우 두 명이 있어서 그런지 촬영장 가는 게 너무 재미있고 감독님과의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루 종일 영화 얘기만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작품 선택에서 변화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인사동 스캔들'에선 거친 형사라니 의외다.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기회가 온 셈이다. 나도 감독님께 이 캐릭터를 보고 과연 홍수현이 떠올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난 굉장히 활동적이고 몸을 쓰는 걸 좋아한다. 액션연습 때도 잘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촬영 때 달려와서 자동차 보닛에 팔꿈치를 대고 훌쩍 뛰어넘는 신이 있었는데, 촬영 전에 감독님과는 스턴트를 쓰자 해놓고 그냥 내가 뛰어넘어 버렸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스스로도 극중 최화경이 되려고 머리도 자르고, 내내 바지만 입고 치마도 안 입고 지냈다. 욕도 매일 했다. 보시는 분은 어머 홍수현이 저런 역할을 하네 그러실 거다.
-욕하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작품에서 욕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제가 아기자기한 성격이 못 된다. 거칠거나 터프한 게 실제 제 모습이라 평상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욕은 쉽지가 않았다. 이게 또 어설프게 해서는 눈총만 받지 않나. 밤 늦게까지 욕 연습을 하다가 잠들곤 했다. 감독님은 웃고 자야 다음날도 좋다고 그러시는데 '안돼 안돼, 나 연습해야돼' 그러면서 욕 연습을 했다.
-'인사동 스캔들'에 비하면 '그녀의 스타일'은 현재 홍수현의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내 모습이 담겼다. 일하고 연기할 땐 '인사동 스캔들'의 하경이 같다. 무서울 게 없어서 막 덤빈다. 물불을 안 가린다. 평상시엔 '그녀의 스타일' 공미주랑 똑같다. 어디 다니다가 잘 넘어지기도 하고, 연애 감정에 있어서도 솔직하고, 순수한 면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일을 하지 않았나. 일을 일찍 시작해서 성숙하다지만, 또 이 일밖에 다른 건 너무 모른다.
-배우로서 예전과 달라진 바람이 있다면?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이가 더 들어서도 좋은 선배가 되는 게 목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인기니 스타니 이런 데 상관하지 않고 묵묵히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인기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인기가 있어야 더 좋은 작품들이 내게도 많이 들어올 것 같아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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