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 줄 수 없다.", "알려드릴 수 없다", "말할 수 없다."..."다 밝히겠다."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 수사 브리핑마다 취재진의 물음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던 경찰이 3일 "마지막에 문건등장인사를 포함, 유족과 협의해 문건의 내용까지 다 밝히겠다"고 말해 그 저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7일 고 장자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던 경찰은 이후 문건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자 입장을 선회,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재수사 착수 이후 첫 브리핑에서 경찰은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명은 밝히지 않을 것인가"란 물음에 "실명이 사실관계로 확인되더라도 이것을 밝히는 것은 피의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향후 공익을 고려해 발표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건작성경위, 문건유출경위, 고인자살경위 등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함과 동시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인터넷 상에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 상당수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를 게시한 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특정 인사'들이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런 경찰의 주객전도식 수사에 여론은 "정작 중요한 수사는 질질 끌면서 경찰이 엉뚱한 곳에 더 신경 쓴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 경찰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수사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3일 취재진과 질의응답 도중 "수사대상자를 공개할 수 있는가"란 물음에 "마지막에 피고소인이 누구이고, 문건등장 인사가 누구이며, 문건내용도 다 밝힐 것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계장은 이어 "수사를 어떻게 했고, 어떤 분은 혐의가 있고 어떤 분은 없다고 밝힐 것이다"고 이번 수사와 관련한 '모든 것'을 공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고는 "문건 원문도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가 곧 "문건 원문 공개는 유족에게 물어야겠지만 혐의는 다 밝힐 것이다"고 유족과 협의해 문건 원문 또한 공개할 뜻이 있음을 비쳤다.
경찰이 이처럼 '피의사실유포'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장 변화를 보인 데는 앞서 밝힌 '공익에 대한 고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가 몇 주째 지지부진, 속도를 내지 못하자 여론은 '경찰이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 그러는 것 아닌가'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였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이 사회 유력인사라고 알려진 것 또한 '흐지부지 수사', '물 타기 수사'란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피해자의 사망, 사건 핵심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의 귀국 거부 등으로 주변인진술에 의한 사실관계파악 밖에 할 수 없는 경찰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었을 터지만 '너무 감추는 게 많은 것 아닌가'라는 인상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수사전담본부가 있는 분당경찰서를 방문, "지휘고하를 막론한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했다.
경찰이 진정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공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침 이날 브리핑에서 이명균 계장은 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경찰수사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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