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그래 혹평을 해다오 풀처럼 일어설게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9.04.09 11:48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기하)에 대해 혹평을 하거나 다음 음반에 대한 기대의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몇몇 평론가 무리들의 주장을 듣다보니, 해야 할 말이 생겼다. 반드시 알아야 할 대목이 있다. 물론, 특정 음악에 대해 호불호를 말하는 것은 자유다. 어디까지나 음악도 기호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온전한 혹평이 아니라면 반론의 칼은 날아들게 마련이다.

첫 음반이 성공을 거두고 2집 음반이 전작에 버금갔다면 실제로 그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구가하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후로 1집 음반 성공이 다음 음반에 영향력을 끼치던 시기는 거의 끝나버렸다. 향후 장기하의 음악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 영향력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 시장의 환경 변화 때문일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음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음악 유행의 주기도 짧아졌다. 온라인 음악 시장이 비대해지면서 1곡 시대가 개막되었고, 그러한 환경에 음악수용자들이 함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전파하는 매체들의 편집 권력은 음악 수용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음악 듣기 태도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래도 성공하는 음반들이 있었다. 성공의 요인도 여러 가지였다. 90년대 중반부터 음악마니아를 폭넓게 수용하면서 베스트셀러로 장기 집권을 하는 뮤지션들(김동률, 서태지, 유희열, 바비킴)이 있었다. 음악성을 전면전에 배치하기보다는 음악 트렌드를 유행시키고 한 시대를 표방하는 비주얼로 장악한 아이돌 그룹(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내재된 한국적 정서의 감성코드 옷을 입고 귀에서 절대 떠나질 않는 멜로디와 그 가사가 아니면 결코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발라드 보컬로 온라인 음악 클릭수를 장악한 가수(백지영, 다비치, 린)들이 있었다. 평가의 기준은 저 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모두 성공한 가수들이다. 그러한 성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인기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에는 더욱 어렵다. 본인이 탁월했던, 스태프의 전략이 주요했던 그 성공에는 반드시 요인이 있었다.

며칠 전 한 일간지의 기사에 장기하 음악에 대한 거품론이 게재되었다. 물론 이 거품론에 장기하 음악이 가뿐히 주저앉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거품론의 근원이 어디서 출발되었는지 모를 일지만, 불행하게도 장기하는 거품론에 상응할만한 댓가를 아직 충분히 얻지 못해 보인다. 장기하의 음악은 가요 지표상으로도 대중이 열광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의 음반 시장으로 따지자면 하프 밀리언 수준 이상이다. 이런 마당에 거품론을 운운하는 것도 우스워 보인다.

혹평은 이렇게 전달됐다. 장기하의 음악이 '오래전에 유통된 만담을 연상시킨다'고.
또, '인디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얻고 있는 것에는 음악성 덕분이 아니라 몇 가지 시대적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이라고 전했다. '학벌과 레코드 회사의 제작 방식, 유머, 패션, 신빈곤층의 참담한 경제 현실을 반영한 노랫말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젊은 층의 주목을 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과서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자극과 변칙을 통해 한순간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랜 기간 축적된 미학이 홀대되면 생명력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방 날려주었다. 그들이 칭송했던 음악들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게 교과서적이진 않아서 그 주장은 빛이 바랜다.

싱어송라이터 가수가 데뷔를 통해 자신의 음악 화법을 대중에게 주입시키고 인기를 얻어내는 일이 '오래전에 유통된 만담', '학벌과 몇 가지의 현실 반영'을 통해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일이다. 스타의 출현은 대중을 적확하게 읽어 내리는 탄탄한 컨텐츠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많은 뮤지션들이 그 사실을 공감하고서도 명확히 그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시대의 뒤편으로 밀려났고 대중 속으로 걸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숙제이며 아무나 풀 수 있는 자물쇠가 아니다.

장기하 음악의 창작 형식이 자극과 변칙으로 이루어졌는지 오늘의 음악 현실에서 명쾌하게 이해되지도 않지만 축적된 미학 안에서 모든 창작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

장기하의 성공은 자극과 변칙, 학벌을 내세움으로써 획득한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의 기호를 관통하는 직관과 낯설지만 안으로 내재된 음악적 화법을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얻어 낸 결과다. 그 관조적 공력은 온전히 뮤지션의 탁월한 능력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첫 음반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2집 음반을 운운하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지만 안 되는 컨텐츠를 홍보의 기술에 놀아난 미디어가 아무리 설쳐도 결코 성공시킬 수 없다. 대중은 생각보다 그리 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하는 외관상 주류 음악에 대한 수혜자이며 동시에 피해자 셈이다. 오늘도 장기하는 '그래 혹평을 해다오. 풀처럼 일어설게'라고 읊조리고 있을지 모른다, 허허하며.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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