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최명길..40대 女優, 꽃을 피우다

문완식 기자  |  2009.04.23 10:19
이미숙, 전인화, 채시라, 유호정, 김성령, 최명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KBS, SBS, MBC>


불혹(不惑)의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여배우로서 내리막을 걸었을 마흔 넘은 여배우들은 가는 세월에 아랑곳 않고 '여배우 40세'를 맘껏 누리는 중이다.

그녀들은 선배들이 그 나이 즈음이면 해야 했고 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이모나 엄마이길 거부하고 당당하게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40대 여배우들은 이제 세월 따라 쌓인 관록에 이미지 변신을 더해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미숙(49). 1979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경력 만 30년째인 그녀는 현재 SBS 대하사극 ‘자명고’에서 불화살에 몸을 맡기는 등 몸 사리지 않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자명고'에서 낙랑국의 수장 최리(홍요섭 분)의 둘째 부인 왕자실로 출연 중인 이미숙은 자신의 딸 라희를 여왕에 앉히려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몸을 던지고 심지어 친 오빠마저 없애버리는 요부의 전형이다.

자칫 극 주변부에 머물 수도 있는 왕자실 캐릭터는 키스신도 불사하는 이미숙의 열정으로 '자명고' 극 초반을 주도하고 있다. '자명고'의 이미숙에게서 더 이상 '에덴의 동쪽'의 악다구니 쓰는 억척스러운 '동욱 엄마'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명길(47) 또한 이제 더 이상 나이라는 굴레가 여배우를 구속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줬다.

'명성황후'(2001), '대왕세종'(2008) 등 굵직한 사극에서 맡았던 '국모'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최명길은 이번 '미워도 다시 한 번'(KBS 2TV)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CEO로 변신, 현대극에서도 그녀만의 아우라를 내뿜었다.

특히 그녀가 맡은 한명인 역할은 냉철함과 연적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캐릭터라 만만치 않은 역할임에도 그녀만의 한명인을 만들어 내는 노련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역시 최명길!'이란 감탄을 이끌었다.

현모양처의 대명사 전인화(44)도 이미숙 최명길 못지않다. KBS 2TV 수목극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출연 중인 전인화의 짙은 마스카라는 인상 깊다.

전인화는 이 드라마에서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지만 결코 포기는 하지 않는 아역스타 출신 영화배우 은혜정으로 출연 중이다.

극 초반 섹시한 전인화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많았지만 종영을 코앞에 둔 현재 시청자들은 "101% 연기"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김성령(42) 채시라(41) 유호정(40)도 선배들에 버금가는 '40대 기수'들.

'자명고'에서 최리 장군의 첫째부인이자 자명 공주(정려원 분)의 생모 모하수 역으로 출연 중인 김성령은 어려서 떠나보낸 자식을 생각하는 애끓는 모정과 주변을 아우르는 착한 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 때문에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채시라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가냘픈 여주인공 역할의 대명사였던 채시라는 KBS 2TV 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활을 쏘고 칼을 부리며 여장부로 변신했다.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엄친딸' 오설란 역을 연기 중인 유호정 역시 발랄한 연기로 바람난 남편 단속을 코믹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극단적인 연기 변신은 아니지만 변치 않는 매력으로 40대 유호정을 잘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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