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 '박쥐'가 24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전모를 공개했다.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에 칸영화제 프리미엄까지 '박쥐'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박쥐'에 대한 궁금증을 A to Z로 풀었다.
Australia: '박쥐' 초반 등장하는 아프리카 병원 장면은 무채색의 정경으로 영화에 기묘함을 더한다. 아프리카 병원은 주인공인 신부가 의문의 질병에 대한 실험을 자원하는 곳이자 뱀파이어가 되는 공간이기에 특히 중요하다. 일반적인 뱀파이어 영화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한 점도 눈에 띈다. 제작진은 아프리카처럼 세트를 만들었지만 실제 촬영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진행됐다.
Bed scene :'박쥐'는 제작부터 베드신의 수위가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사제인 주인공이 유부녀와의 정사를 통해 욕망을 분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총 4번 등장하는 베드신은 수위 또한 감정의 표현에 더 집중했다. 카메라 또한 배우의 몸에 집중하긴 보단 얼굴에 주력, 감정을 드러내는 데 치중했다. 참고로 송강호 성기 노출은 베드신과는 무관하다.
Cannes: '박쥐'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영화가 예술영화 올림픽으로 불리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2007년 '밀양'과 '섬'이 동시에 초청된 이래 2년 만이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 그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사다.
Design: '박쥐'의 디자인은 모호함이 특징이다. 여주인공인 태주(김옥빈)은 한복을 판매하지만 정작 집은 일본식 건물이다. 이 건물은 부산의 적산 가옥이다. 주인공들은 국내에서는 낯선 마작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모인다. 한국적이라긴 보단 아시아적인 불분명한 디자인, 공간의 모호성이 '박쥐'의 특성 중 하나다.
Emile Zola: 박찬욱 감독은 '박쥐' 모티프 중 하나를 에밀 졸라의 ''떼레즈 라캥'에서 따왔다. 여자주인공이 병약한 남편 대신 그의 친구와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과 매주 친구들이 모여 도미노 놀이를 하는 설정 등을 차용했다. 원작에서의 종교와 돈의 관계를 종교와 흡혈귀 혹은 멜로로 변환한 게 눈에 띈다.
Film: '박쥐'는 20만자 필름을 사용했다. 컷수는 380회. 여느 영화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박쥐' 컷수는 체감적으로 많은 듯 느껴진다. '박쥐' 러닝타임이 133분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빠른 컷 전환 공이 크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등에서 시네마스코프를 즐겨 사용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화면 비율은 2.35 대 1로 온전히 영화를 즐기기에는 대형 스크린이 적합하다.
Grade: '박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피와 복수가 넘실거리는 작품 세계를 갖고 있던 박찬욱 감독은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게 오히려 화제가 됐다.
Humor: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가톨릭 신부가 친구의 부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유머보단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박쥐'에는 곳곳에 실소를 자아내는 유머 코드가 있다. 송강호가 딜레마에 빠진 사제를 연기하지만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을 영화에 녹였다.
International version: '박쥐'는 국내에서 상영되는 버전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버전이다. 별도의 인터내셔널 버전을 준비하지 않았다. 통상 칸영화제 경쟁 부문은 세계에서 최초 공개되는 게 관행이지만 거장의 경우 국내에서만 상영되는 것은 무방하다.
JSA: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에게 '박쥐' 제의를 '공동경비구역 JSA' 시절 처음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 박찬욱 감독은 '박쥐' 테마를 10년 이상 가슴에 품고 있다가 비로소 완성했다.
Kim ok bin: 김옥빈은 다른 여배우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박쥐' 여주인공 역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녀는 삶에 지친 여자에서 팜므파탈로의 변신을 적합하게 연기, 갈채를 받았다. 비록 김옥빈에 의한 송강호의 퇴락이 절절이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녀의 연기는 노출 이상의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ove: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본격 멜로 영화다.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구원과 멜로의 키워드를 드러낸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그렸다.
Music: 조영욱 음악감독은 바흐의 칸타타 82번과 뽕짝을 통해 '박쥐'의 성스럽고 또한 세속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이난영의 '선창에 울러왔다'와 남인수의 '고향의 그림자' 등 뽕짝의 음향은 '박쥐'의 모호한 시공간을 적절히 담아낸다.
Origin: '박쥐'의 기원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욱 감독은 인혁당 사건과 함께 '박쥐' 테마를 줄곧 그리고 싶어했다. 또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복수라는 테마에서 구원으로 본격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기원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People: '박쥐'에는 박찬욱 사단이라 불릴 만한 스태프가 고스란히 참여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을 비롯해 류성희 미술감독, 박현원 조명감독, 조상경 의상 팀장 등 박찬욱 월드의 공동 창조자들이 함께 한 만큼 가장 박찬욱스럽다.
Question:'박쥐'는 관객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보단 거리를 두고 따라가게 만든다. 박찬욱 월드에 익숙한 관객에겐 새롭게 던진 질문을 쫓아가는 즐거움을, 낯선 관객에겐 장르 영화 이상의 화두를 제시한다.
Religion: '박쥐'는 성서에 많은 부분을 기댄 영화다. 박찬욱 감독이 종교적인 집안에서 자란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 뱀파이어가 된 가톨릭 사제가 '이브'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피를 마시지 않으면 죽음에 다다르는 설정 자체가 종교적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테마가 '죄와 벌'처럼 인간의 단죄를 꾀했다면 '박쥐'는 구원의 테마를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Sex: '박쥐'에 성(性)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됐다. 뱀파이어가 된 사제가 욕망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일 뿐더러 지친 삶을 살던 여인을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 계기이기도 하다. 다만 멜로에 약하다는 평을 반영이라도 하듯 '박쥐' 속 베드신은 농염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Thirst:'박쥐'의 영어제목. 원래 '박쥐' 영어제목은 'Evil Live'였다. 하지만 너무 B급 영화 같다는 의견으로 'Thirst'로 바꿨다. 욕망, 갈증이란 뜻대로 영화 내용을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Universal Pictures:'박쥐'는 한국영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단계부터 투자에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됐다. '박쥐'에 투자를 결정하고 북미 배급을 담당하는 포커스 픽쳐스는 할리우드 메이저스튜디오 유니버셜 픽쳐스 계열의 회사. '색,계' '브로크백 마운틴' '이스턴 프라미스' '어톤먼트' '이터널 선샤인' 등 각국 거장들의 작품을 미국영화계에 소개해왔다.
Vampire: '박쥐'는 익히 알려진 대로 뱀파이어 영화다. 다만 기존 뱀파이어 영화와는 상궤를 달리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햇볕에 닿으면 사라진다는 설정 정도.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의 클리쉐를 피한 박찬욱 감독이 이 설정을 가져온 이유는 결말에 드러난다.
Woman: 박찬욱 감독 영화 속에 여성은 주체적이다. '박쥐' 속에서도 김옥빈이 연기한 태주는 박찬욱 영화 속 여성상을 잇는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미쓰 홍당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황우슬혜가 '박쥐'에 출연하는 것도 그녀의 팬이라면 눈여겨볼 부분이다. 쉽게 알아볼 수는 없지만 성기 노출신을 주의 깊게 보면 확인할 수 있다.
X-disease: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질병. 이브라 불리는 이 질병은 가톨릭 사제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또 뱀파이어로 부활한 뒤에도 피를 원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뱀파이어가 됐기에 피를 원하는 게 아니라.
Y: 왜 박찬욱 감독은 '박쥐'를 만들었을까. 박찬욱 월드를 관통하는 종교적인 세계관이 그 해답이다.
Zealot: 열중자, 혹은 광신자. '박쥐'에서는 가톨릭 사제가 실험에 참가한 사람 중 홀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은총을 바란다. 텐트를 쳐놓고 신의 은총을 바라는 사람들. 박찬욱 감독은 구원을 바라는 이들에게 지극히 인간적인 해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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