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봄이 왔다..'박쥐' 날고 '7급' 끈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5.06 11:23


한국영화에 봄이 돌아왔다. 지난해 개봉한 '과속스캔들'과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외에 별다른 흥행작이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던 시간들을 보냈던 한국영화계가 비로소 봄을 만끽하고 있다.

김하늘 강지환 주연의 '7급 공무원'이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데 이어 지난달 30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4일만에 100만명을 동원했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도 10만명을 넘어서 독립 극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5일까지 계속된 황금연휴 기간 동안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찾으면서 관객도 대폭 늘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 이상규 팀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관객이 3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실 올 상반기 극장가는 최악의 시기를 거쳤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관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0.1%를 기록했다. 스크린수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해외에서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영화 관객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이는 한국영화 점유율 감소와 궤를 같이 한다. 이상규 팀장은 "한국영화가 티켓파워가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 점유율이 하락하면 전체 관객수도 같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가 관객을 동원한 반면 올해는 그런 화제성 있는 작품이 없던 탓이 크다.

하지만 4월 중순 '7급 공무원'이 개봉하고 뒤이어 '박쥐' '인사동 스캔들'이 관객에 선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마침 대학 중간고사가 끝나고 축제철이 돌아왔을 뿐더러 황금연휴까지 겹치면서 관객이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극장가에 찾아온 봄은 여름으로 단숨에 건너뛸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랙:더 비기닝'과 '천사와 악마' '터미네이터4' 등 할리우드 빅3가 5월에 포진해 있으며, 한국영화들도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코미디영화 '김씨표류기'가 14일 개봉 예정이며, 봉준호 감독의 '마더' 또한 5월 관객을 유혹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박쥐' '마더' '잘알지도 못하면서' 등이 '칸효과'도 누릴 것으로 보인다.

6월에도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햄123'과 '박물관이 살아있다2' '트랜스포머2' 등 할리우드 화제작과 한국영화 기대작이 개봉시기를 조율하며 대진 중이다. 이상규 팀장은 "매주 화제작이 나오고 있어 올 여름에는 기대가 된다"면서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관객을 꾸준히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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