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마더'로 내 배우인생 2라운드 시작했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09.05.18 08:37
ⓒ17일 원빈이 칸의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빈에게 '마더'는 남다른 작품이다. 2004년 '우리형'을 끝으로 연기활동을 쉬었던 그는 '마더'로 또 다른 연기 인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원빈은 '마더'가 62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처음으로 칸을 찾았지만 거기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 듯 했다. 외신을 상대로 한 포토콜 행사에서나 레드카펫 위에 섰을 때,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은 '이 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데'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꽃미남의 대명사로 불리던 원빈은 외모에 가려 연기력이 온당히 평가받지 못한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래서일까, '마더'에서 그는 정신 지체아로 등장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선택한 작품에서 외모가 아닌 온전히 연기로 평가 받고 싶다, 그런 뜻이 담긴 선택이었다.

17일(현지시간)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원빈은 여전히 낯을 가렸지만 이 말만은 확실히 했다. "지금까지가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마더'로 시작했다."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이 말을 뱉을 땐 힘이 실려 있었다.

칸을 찾은 소감을 "봉준호 감독님과 김혜자 선생님, 그리고 진구처럼 훌륭한 분들과 함께 와서 영광"이라고 교과서적인 답을 할 때나,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뻤다"는 판에 박힌 말을 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원빈은 "관객에 외면 받기 쉬운 역이라 외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더'에서 그의 연기가 100점 만점은 아닐지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원빈의 어머니 역을 한 김혜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원빈이 참 이 영화를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잘생긴 사람이 연애를 하는 영화는 뻔한 법인데 이 작품은 다르지 않냐며 "그 어떤 작품보다도 원빈의 얼굴이 예뻤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서 원빈이 흐린 유리창에 비치는 장면이 배우로서 그가 새롭게 선언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예쁜 얼굴이 아니라 연기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빈은 동료들의 이런 칭찬에도 그저 미소만 지었다. 말수가 적은 그는 언제나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마더' 이후 원빈의 작품이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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