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내조의 여왕', 그대 덕에 행복했네

김현록 기자  |  2009.05.20 01:24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고동선 김민식)이 19일 아쉽게 종영했다. 지난 3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니…. 4회 연장까지 했건만 가는 시간을 못 잡듯, 끝나가는 드라마를 멈춰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그 시작이 그렇게 창대하지는 않았다. 편성부터가 그랬다. MBC에서 방송 예정이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주춤대다 무산된 자리를 급하게 꿰찬 게 '내조의 여왕'의 시작이었다.

캐스팅도 삐걱댔다. 김남주가 8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며 한껏 관심을 받았지만 친구 봉순 역할을 두고 오현경 박주미가 차례로 거론되다 결국 이혜영이 낙점됐다. 그 남편 한준혁 역도 정찬에서 최철호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뭣하랴.

그러나 이 모든 게 액땜이었을까? 첫 회부터 대박 기운이 풍겼다. 가려운 곳을 콕콕 찔러주는 시원한 대사, 코믹과 멜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호흡조절, 아낌없이 망가진 CF의 여왕과 스타일 아이콘…. 청년백수의 우울과 소시민의 애환이 거기에 있었다.

무엇보다 피부에 쏙쏙 와 닫는 소재와 접근법, 유쾌한 분위기가 구미를 확 당겼다. 계속된 막장 드라마에 신물이 난 터였다. 여차하면 목에 핏대를 세우거나 오열하고 혼절하는 주인공들이 얼마나 많았나. 드라마 전개가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실소하는 재미로 위안삼거나, '저건 드라마니까'라며 억지로 스스로를 납득시켰던 게 얼마였던가.

TV앞에 앉아 웃고 울며 본방사수를 하다 보니 어느새 월요일과 화요일 밤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내조의 여왕' 데이편성을 넋 놓고 보다 휴일을 다 보낼 뻔 했다. 사장님이 어찌 저렇게 한가한가 싶은 태봉씨(윤상현 분)에게 가슴이 설레다가, 확실하게 망가져주신 카리스마 경종 한 부장(최철호 분)에 박장대소하다가, 어리바리 온달수(오지호 분)에게 피식 웃음 짓다가, 봉순(이혜영 분)의 순애보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시간이 휘리릭 간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나보다. 시청률도 쭉쭉 뻗어갔다. '꽃보다 남자'가 막강했다지만 첫 방송은 8% 초라한 시청률이었다. 그러나 상승을 거듭한 끝에 30% 고지까지 넘겼다.

뭐니뭐니해도 그 일등 공신은 김남주가 맡은 속물 아줌마 천지애다. 학창시절 잘나가는 공주님이었던 그녀는 서울대 의대 남편이 학교를 중퇴하고 직장도 없이 절절매는 통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처지가 된다. 그러나 일편단심 그녀는 남편의 일이라면 무서울 것, 창피할 것도 없는 무대포. 머리를 조아리고 비위를 맞추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더 대단한 건 그녀가 지닌 긍정의 에너지다. 천지애는 아부·아첨에 팔 걷어부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방해공작에 부딪힌다고 뿌드득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지 않는다. 섣불리 남을 비난하지도 않고, 물먹은 스웨터 마냥 패배감에 푹 젖어 궁상떠는 법도 없다. 이 낙천적인 소시민 아줌마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것도 발랄하게. 때론 가슴이 저릿하지만 얼마나 대견한지 천지애 응원단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 남편의 배신에 눈물을 흘리며 침통해하던 순간에도 '토사구땡(토사구팽)' 같은 주옥같은 어록을 남기는 센스까지 지녔다. 드라마가 종영하던 순간까지 '인생사 다홍치마(새옹지마)'를 읊는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태봉씨도 이런 생기발랄함에 반한 게 틀림없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것이다. 불륜 없이도 설레는 아줌마 로맨스는 그래서 탄생할 수 있었으리라.

아쉬움도 있다. 남편의 성공만이 목표인 아내들의 모습은 씁쓸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 말이 여전히 통하는 현실을 풍자한다.

천지애와 온달수는 해피엔딩을 맞았어도 TV 밖의 세상은 여전히 우울하고 팍팍하다. '내조의 여왕'에 울고 웃으며 잔인했던 올 봄을 넘겼으나 이젠 어디에 정을 두고 TV앞에 앉아야 하나. 안녕, '내조의 여왕'. 그대가 있어 행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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