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여파로 칸필름마켓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한국영화는 상대적으로 세일즈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칸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열리는 칸필름마켓은 유럽 최고의 필름 견본시로 세계 각국의 영화 바이어들이 몰린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들을 비롯해 각국의 영화들이 활발히 거래되는 만큼 기획단계부터 완성본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고 팔려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 칸필름마켓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로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눈에 띄는 작품도 없을 뿐더러 경제가 어려워진 터라 거래 자체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도 거래가 줄었다는 게 화제였지만 올해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마켓을 찾은 국내 수입업자들 상당수가 빈손으로 비행기를 타게 생겼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업자들끼리 경쟁이 붙어 판매단가를 올렸던 것과는 딴판이다.
반면 한국영화들은 상당히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판매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이건상 국제사업팀장은 "마켓이 끝나고 결산을 해봐야 정확한 집계가 잡히겠지만 현재 파악한 것으로는 지난해보다 판매 실적이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썰렁한 마켓 상황과는 전반대여서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지난 15일 아시아 영화들이 칸필름마켓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첫 번째로 한국영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한국영화들은 잇달아 판매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쥐'는 마켓이 연지 이틀 만에 스페인과 터키, 브라질에 판매됐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박쥐'와 '마더', '해운대'에 20여개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마켓이 폐막 전까지 상당수 계약이 성사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쥐'는 지난 16일 진행된 마켓시사회에 못 들어온 사람이 많을 정도로 바이어들이 몰렸으며, '마더'도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쇼박스도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살인자'가 프랑스 와일드사이드에 팔렸으며,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도 프랑스 타드라르필름에 판매됐다.
쇼박스 관계자는 "'살인자'는 시놉시스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했다"며 "그 중에서 '박쥐' '장화 홍련' 등을 수입한 와일드사이드를 선택해 판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똥파리'를 구입한 타드라르필름은 도빌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브로노 뒤몽 감독의 회사. 뒤몽 감독이 도빌영화제에서 '똥파리'를 눈여겨 본 뒤 이번 마켓에서 즉각 구입했다는 후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프랑스에, 식인 멧돼지 습격을 그린 '차우'는 비지콤 수리야를 통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부루나이, 베트남 등에 개봉된다. '고고70'은 일본과 태국에, '멋진 하루'와 '미쓰 홍당무'는 중국에 판매됐다.
한국영화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마켓에 포스터만 공개한 '전우치'와 '내사랑 내곁에' 등에 해외 바이어들이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병헌 김태희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영화판도 일본 바이어들의 문의가 상당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영화가 아직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다채로운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번 칸필름마켓에서 거래가 줄어든 게 단순한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년 한국영화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든 데다 수입영화마저 적을 경우 내년에 극장에서 상영될 영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창고영화가 대거 방출되고 관객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수입사 소서러스 어프렌티스 구창모 대표는 "이러다 내년에는 관객이 1억2000만 명 선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 "한국영화 편수라도 늘어서 시장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