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찾은 김태훈 "이제부터 시작이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09.05.23 22:03
ⓒ제62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6시간'의 김태훈과 문성혁 감독이 칸 해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칸 해변에서 김태훈을 만났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배우 김태우의 동생이다. 김태훈은 주연을 맡은 '6시간'이 제62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돼 칸을 찾았다.

김태우가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이번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형제 배우가 나란히 칸영화제에서 랑데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태훈이 출연한 '6시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생인 문성혁 감독의 29분짜리 단편영화. 손님과 소통을 원하는 택시기사가 애인대행을 해주는 여자와 만나면서 서로 고독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김태훈은 고독한 영혼을 지닌 택시기사를 훌륭히 소화해내 현지 시사회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21일 칸 해변에서 만난 김태훈은 "얼떨떨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태훈은 비평가 주간 파티에서 해외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멀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어릴 적엔 스스로에 자신감도 가졌지만 지금은 고지가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겸손히 말했다.

사실 김태훈은 상업영화를 통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립영화계에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다. '상사주' '그림 같은 시절' 등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06년 '달려라 장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됐으며, 지난해에는 '약탈자들'로 부산을 또 한번 찾았다.

올해엔 김응수 감독의 '물의 기원'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칸에 초청된 '6시간'은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부름을 받았다. 각기 다른 색깔의 영화에 출연해 그 때마다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김태훈의 표현 영역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6시간'의 문성혁 감독은 "전작에서도 김태훈과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안됐다"면서 "너무 잘생기면 깊이가 없고, 깊이가 있으면 얼굴이 어두운 법인데 김태훈은 둘 다 갖고 있다"고 했다.

문성혁 감독의 이 같은 칭찬에 김태훈은 "'6시간'을 통해 발산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면서 감독에 공을 돌렸다. 김태훈은 "연기 테크닉이 없기도 하지만 테크닉으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 "더 많은 작품 속에서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김태훈이 상업영화에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바람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김태훈은 "영화 속에 녹아들면서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장르나 상업, 독립영화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김태훈은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연기할 때는 아직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그림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은 형 김태우의 말처럼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그의 열정과 연기를 일반 관객들도 조만간 확인할 수 있다. '약탈자들'이 6월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나중은 창대할 배우, 김태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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