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배우' 김윤석의 '재밌는 아빠' 되기(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06.04 09:42
배우 김윤석 ⓒ 임성균 기자

사람들은 배우 김윤석을 괴물이라 일컫는다. '타짜'의 아귀, 첫 주연데뷔작 '추격자'의 중호 역까지, 여태까지 이렇게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 배우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번에 눈빛의 힘을 빼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 아버지로 돌아왔다. 자식에게 해준 게 없지만 약속은 지키고 싶었던 동구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 숨어 있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딸과 아빠의 약속, 신뢰감을 잃은 아빠, 구박 받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또 드라마를 해치지 않는 코미디가 적절히 섞이는 균형 감각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적인 캐릭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땅 바닥에 붙어 있는 이야기다.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잘 다듬어진 대사가 있다면 어떤 영화든 관객들에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거북이 달린다'는 100점짜리 영화다.

시골 경찰의 탈주범 쫓기, 흡사 영화 '추격자'와 비슷하다 할지 모르지만 정작 영화는 전혀 다른 영화로 완성됐다. 김윤석이 극중 시종일관 자아내는 웃음은 우리 옆에 있는 소시민적인 웃음이다. 옆집 아저씨의 털털함이 묻어 있는 영화 하지만 '추격자'의 끈질긴 생명력이 살아있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가 느리지만 달릴 수 있는 이유다.

-전작 '추격자'와 경찰과 연쇄살인범 또는 탈주범이라는 설정이 비슷하다. 작품 선택 이유가 궁금한데.

▶그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이다. 형사가 누군가를 잡으러 다닌다는 하드웨어적인 설정이 비슷하지만 정작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거북이 달린다'에는 웃음이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코미디와 약간 다르다. 사실 충청도 설정 영화는 매력 없고 식상한 영화들이 많았다. '거북이 달린다'는 조연들과 적절히 섞이는 균형 감각이 있는 코미디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결국 경찰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딸과 아빠의 약속, 신뢰감을 잃은 아빠, 구박 받는 아빠 등 다른 것들이 보였다. 극중 형사들이 동사무소 직원처럼 마을 축제 소싸움에 참가할 소의 섭외전화를 한다. 정말 시골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가버려 노인과 애들 밖에 없다. 그 같은 시골 정서가 묻어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당시 촬영을 충청남도 예산에서 했는데 숙소는 덕산이었다. 그곳은 아침 6시만 되면 트로트와 함께 동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송은 비료 받아가라 등 쉬운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해질 무렵에 한 차례 방송을 더 한다. 그 같은 시골 정서가 있다.

또 언젠가는 부딪치는 부분 아니겠나?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타짜'의 아귀다. '타짜' 후 대부분 아귀 같은 캐릭터, '추격자' 후에는 엄중호 같은 캐릭터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어떤 분들은 '타짜'와 '추격자'가 전혀 다른 캐릭터라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언젠가 만나야 되는 숙명인 것 같다.

-그렇다면 시나리오 선택할 때 어떤 점을 보는지?

▶땅바닥에 붙어있는 이야기인가. 현실감 있는 이야기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인가에 무엇인지 대해서 고민을 한다. 기초가 탄탄하더라도 뭔가 있는듯하면서 멋있는 척하는 '허당'에 가까운 꾸며낸 캐릭터를 골라 제외한다. 그 다음에 대사를 보면 된다. 가령 '추격자'는 인물에 대해 리얼하게 묘사하는 빛나는 대사를 봤다.

-'거북이 달린다'는 현실감 있는 리얼리티를 다룬다는 점에서 독립영화라는 이미지가 있어 걱정이 된다.

▶결국 영화의 내용이 승부를 짓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작고 큰가는 중요하지 않다. 땅바닥에 부딪치고 사는가. 얼마나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겠나. 이 영화의 재미는 조연들의 열연이다. 스타파워에 의존하는 영화가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윤석도 출연하면 된다는 스타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나?

▶김윤석이 스타니깐 출연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김윤석이 하면 정말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스타니깐 되겠지라는 것은 허깨비 같지 않나?

배우 김윤석 ⓒ 임성균 기자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살도 찌운 것 같다.

▶아무래도 둔하게 보일 필요가 있었다. 특별히 살을 찌우지 않고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았다. 마음껏 먹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수영으로 몸매 관리를 했다. 수영이 혈액순환에 좋고 전신운동이다 보니 4-5Kg 감량에 성공했다.

-'타짜'에 이어 이번에도 도박 장면이 나온다. 실제 도박 실력은 어떤지?

▶무엇인가 앉아서 하는 것을 싫어한다. 도박을 할 줄 모른다. 포커는 옛날에 해봤지만 재미가 없었다. 보통 우리 과들인 치킨 집에 가서 양념통닭에 술을 마신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견미리와 부부 연기다. 실제 부부 같았다.

▶견미리 선배는 프로다. 바로 무장해제를 해버린다. 촬영을 하면서 먼저 편안하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극중 구멍이 나 있는 팬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오히려 농담을 건네줬었다. 영화에 등을 맞는 장면의 경우도 진짜 맞았다. 아프게 때리셔도 됩니다라고 했더니 정말 세게 때렸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조연들이다. 조연들의 열연이 빛이 났다.

▶이 영화를 살리는 조연 배우라고 생각한다. 용배 패거리들. 시골 형사들이 모두 진짜 동네 사람처럼 연기해줬다. 그들은 모두 대학로 연극배우들이다. 얼굴에서부터 말씨까지 오버하지 않고 적절한 장소에서 연기해줬다. 사람들이 주목해주는 조연배우가 두 사람 이상은 나왔으면 한다.

-연극배우가 스타가 되는 현실은 쉽지 않다.

▶정말 쉬운 부분이 아니다. 한 영화가 만들 때 투자 제작 두 세 단계를 거치다 보면 원래의 취지를 잃어버린다. 이런 영화들이 힘을 모아야할 것 같다. 내공을 가진 배우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때를 기다려 본다.

-연극은 언제쯤 다시 할 생각인지.

▶2006년이 마지막 연극을 했다.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희곡도 있어야 하지만 3-4개월 완벽하게 투자해야한다. 올인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극중 아버지처럼 올해 학부형이 됐는데,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극중 조필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 실제 딸딸이 아빠다. 딸이 두 명이고 올해 한 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영화 속 딸이 아버지가 경찰이라 자랑스러워하듯, 딸이 스타 배우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아직 아이는 잘 모른다. 학부형들이 잘 알지 않겠나. 아직도 집에 들어가면 '뭐 사왔어?'라고 묻는다.

-실제 아버지 김윤석은 어떤지?

▶아이들이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악역은 아내가 맡는다. 딸들은 아빠를 무서워하면 안 된다. 친구들의 딸들을 보면 사춘기가 됐을 때 문을 닫고 아버지와 대화를 안 한다고 들었다. 절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존경스러운 느낌보다 재미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차기작 '전우치' 소개를 부탁한다.

▶제작자에게 물었더니 '전우치전'이 아니라 '전우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시대극이 아니라 현대물이라는 것, 500년을 넘나든다는 점을 말하라고 했다. 올 겨울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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