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영웅이자, 코믹 쿵푸의 대명사 성룡(사진)이 왜 마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요즘(특히 최근) 문제적 발언들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그가 ‘꼰대’일 수는 있을지언정 마초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약자를 보호하고 ‘전체 관람가’ 영화만을 고집해온 그의 철학도 그와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작 <신주쿠 사건>도 그렇듯 그는 가끔씩 연기변신을 시도한 적 있는데, 그럴 때마다 평소의 갈증을 풀기 위해서였는지 무척 마초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역시 성룡을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일 것이다.
<중안조>(1993)에 이어 <신주쿠 사건>에서도 성룡은 절대 웃지 않는다. 각각 형사 강력반과 중국 이민자의 리더로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잔뜩 불만에 차 있다. 모든 것을 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늘 홍금보, 원표와 엎치락뒤치락 코믹하고 아크로바틱한 모습으로 각인됐던 그로서는 무척 고단한 현실이다.
위 두 영화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성룡의 일대 변신’을 내세웠던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들을 살펴봐도 그의 마초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 꽤 있다. 가장 먼저, 개봉당시 '성룡 최초의 진지한 연기'라는 카피도 붙었던 <용적심>(1985)을 빼놓은 수 없다. 성룡이 상대방 목 깊숙이 칼을 꽂고, 무기를 든 악당을 그냥 바로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당시로선 무척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가족 문제로 인해 히스테릭한 반응까지 보이기도 한다.
특수기동대 경찰인 아달(성룡)은 형 대구쇠(홍금보)를 돌보며 단둘이 살고 있다. 백치인 형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동네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놀 정도로 지능지수가 낮다. 그래서 형이 사고라도 치면 아달은 늘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집으로 돌아와 형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훔친 물건을 가지고 도망치던 한 조직원이 경찰 놀이를 하고 있던 대구쇠를 진짜 경찰로 착각, 물건이 든 가방을 놔두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대구쇠가 범인으로 오해를 받고 조직에게 납치된다.
묘하게도 <용적심> 속의 성룡은 당시 그의 실제 현실과도 겹쳐진다. 1980년대 들어 <배틀크리크>(1980)와 <캐논볼>(1981)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다가 좌절한 성룡은, <용적심>과 같은 해 <프로텍터>등을 만들며 다시 해외 진출을 노렸으나 역시 쓴맛을 본다. 항해사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아달의 현실이 실제 성룡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모든 게 형 때문이라며 홍금보를 앞에 두고 눈물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성룡의 모습은 전에 없던 이미지였다.
<프로젝트> 시리즈와 대구를 이루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아마 다시 <폴리스 스토리>를 본다면 상상외로 잔인하고 마초적인 묘사가 많아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폴리스 스토리>(1985)에서 악당에 분노한 성룡은 거의 광기에 사로잡힌 듯 날뛴다. 마지막 백화점신에 이르면 그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상대의 머리를 잡아 유리를 깨트리고 ‘돈만 있으면 충분히 무죄일 것’이라는 악당 보스에게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먹세례를 퍼붓는다.
<폴리스 스토리: 구룡의 눈>(1988)에서도 비슷했다. 홍콩을 들쑤셔 놓으려는 테러리스트의 본거지 폐공장을 찾아가, 범죄자 중 한 명인 장애인에게도 무척 가혹한 방법으로 응징을 가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성룡은 흥미롭게도 터프한 마초의 모습을 보일 때도 종종 있었다. 물론 지금과 달리 혈기왕성할 때의 젊은 날의 기억일 뿐이지만 말이다. 성룡의 그 모든 모습도 다 그리운 거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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