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from?"
"Jamsil."
"?!"
우연히 한국에 들렀다 TV속 그의 연기를 눈여겨 본 한 일본인 감독은 그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해외출신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이 감독의 물음에 부산 출신 '토종' 조진웅은 잠실이라고 답했다. 지금 거기에 살고 있으니까.
"미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이 말을 들은 기자도 놀랐다. 그가 누군가. KBS 2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과장된 몸짓에 유창한(?) 발음으로 '오 마이 갓!'과 '오~허니~'를 외쳐대던 브루터스 리가 아니던가.
"사실 영어를 잘 못해요. 하하.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참고하고 있어요. 집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나는 브루터스 리다'고 이미지 메이킹을 해요. 제 연기가 안 어색해서 다행입니다."
◆"미국에는 한 번도 가 본적 없어..부산이 고향인 '토종'"
조진웅은 '솔약국집 아들들'이 첫 브라운관 데뷔작이다. 그는 영화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 그리고 최근의 '쌍화점'까지 그간 스크린을 통해서 얼굴을 알려왔다.
"그간 작품을 했던 감독님들이 굉장히 디테일하셨어요. 유하 감독님 같은 경우는 캐릭터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구축이 안되면 촬영 시작을 안 하셨어요. 심지어 '사투리 코디'까지 붙여 주신적도 있어요. 안되면 '그게 아니야, 다시 해야 해'라고 하시고...그렇게 쌓이면서 지금의 브루터스 리까지 온 거죠."
실제 그는 영화 '비열한 거리'를 찍을 당시 '양복 입은 형님들'에게 "어디 식구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캐릭터를 조진웅화(化) 하는데 능하다. 브루터스 리를 위해 '라이더'들을 찾아다니며 의상이나 오토바이 다루는 법을 조언 받았다. 극 중 카센터 장면은 다행히 군 시절 중(重)차량 운전병이었던 터라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했다.
"배우들의 욕심이 다 그렇겠지만 대충하고 싶지는 않아요. 드라마로 치면 늦깎이 신인인데요. 작가님에게 자주 찾아가 제 연습 좀 봐달라고 부탁드리는데 그때마다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원래는 선풍 역으로 캐스팅 될 뻔..불어난 몸에 브루터스 리로"
사실 조진웅은 브루터스 리가 아니라 현재 한상진이 맡고 있는 선풍 역으로 캐스팅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어난 몸이 문제였다.
"영화 속 호리호리한 제 몸을 생각하셨나 봐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더니 선풍이보다는 브루터스 리가 맞겠다고 키워드 몇 개를 주시면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했더니 바로 브루터스 리에 캐스팅 됐습니다."
그렇게 조진웅은 정의감에 불타는 방송기자 선풍이 대신 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한 없이 순수한 브루터스 리가 됐다. 하지만 그는 "대본 보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극 중 아내인 혜림(최지나 분)이 암에 걸려 죽는 걸로 설정이 돼있었어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촬영 이틀 전부터 브루터스 리가 돼 굉장히 우울해졌어요.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제 목소리가 굉장히 우울하니까 '무슨 일 있냐'고 묻더라고요. 현장에 가도 머리가 띵하고. '오래하면 정신병 오겠구나' 생각했죠."
조진웅은 "극 중 동생으로 나오는 박선영 씨가 도움을 많이 줬다"며 "혜림이 죽은 날 연습하면서부터 한 2시간 우니까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는 눈물이 안 나왔다. 다행히 스태프들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줘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극 중 와이프 죽고 다음 촬영 때 세트장 들어가니 휑하더라고요. 가슴 한 구석도 허전하고요. 녹화 끝나고 조촐한 맥주자리에서 선배들에게 말하니 '이제 식구가 되는 거야'라면서 다독여 주시더라고요."
◆"'솔약국'서 또 하나의 가족애 선보일 것..거짓 없는 연기 기대해 달라"
아내를 잃은 브루터스 리는 이제 솔약국네 큰 어른인 송시열(변희봉 분)을 '파트너'로 솔약국집의 또 다른 가족으로서 또 하나의 가족애(愛)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내 떠난 지 얼마 안됐는데 브루터스 리가 아직은 누굴 만날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작가님도 아직 구체적으로 그에 대해 말씀이 없으시고요. 변희봉 선생님과 함께 홀아비끼리 서로 다독이며 진한 가족애를 보여드리게 될 것 같아요."
조진웅은 '솔약국집 아들들'에 함께 출연하는 선배들이 자신을 '럭키 가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짓 없는 연기'를 다짐했다. 스스로도 매일같이 되뇐다고 했다.
"선배들이 '너는 참 운 좋은 친구다', '럭키 가이다'라는 말을 해요. 저도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진실하고 거짓이 아닌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브루터스 리가 철없는 아이에서 한 남자로 성장해 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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