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서영희 "사막,모래구덩이..죽다 살았죠"

김현록 기자  |  2009.06.24 08:51
배우 서영희 ⓒ임성균 기자 tjdrbs23@

위기에 빠진 왕은 어느 한 구석 믿음직한 데 없는 어리바리 시녀에게 가장 소중한 갓난아기를 맡겼다. 구사일생 나라를 빠져나간 시녀는 어느 새 사막을 누비는 강인한 어머니로 변모했다. 그리고 딸처럼 키운 소녀를 살리고 사막의 모래 아래로 사라졌다.

서영희는 30% 가까운 시청률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선덕여왕'에서 초반 인기의 견인차로 활약한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실수투성이 시녀 소화가 어머니로 변화했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그 감동적이고도 슬픈 변화에 시청자들은 함께 가슴을 졸이다 눈물을 터뜨렸다.

단 4회 방송분의 촬영을 위해 4개월을 보낸 서영희 역시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그녀는 1·2회 당시 코믹한 어리바리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이 '오버 아니냐'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며, 짐짓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무게있는 사극에서 나만 동동 뜨는 것처럼 나오면 어쩌나. 시청자들의 지적을 보면서 '역시 눈치 채셨구나'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에 대해서 좌절하지 않았어요. 어리바리한 인물을 어리바리하지 않게 그리면 그건 거짓말이니까요."

배우 서영희 ⓒ임성균 기자 tjdrbs23@

실제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소화가 여리지만 강인한 어머니로 변모한 4∼5회부터 크게 잦아들었다. 서영희 역시 다소 안도했다.

"제 몫을 하고 떠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초반 부담감을 생각하면 정말…. 50부작이나 되는데, 스타트가 중요하잖아요. 처음 나오는 게 정말 부담이 크거든요. 하지만 자신감이 있었어요. 재미있는 작품이고 또 공들여 잘 찍었다는."

서영희의 고생도 상상을 초월한다. 스스로에 대한 공치사에 인색한 서영희 본인도 "죽을 고생을 하며 찍었다"고 인정할 정도. 중국 촬영 당시엔 뿌린 물이 그대로 얼어붙을 만큼 지독한 밤의 추위와 피부가 타는 듯 강렬한 낮의 햇빛으로 고생했다. 모래무덤에 빠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화제의 장면 촬영도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었다.

원래는 실제 중국 사막에 구덩이를 파고 발판을 단 통을 넣어서 촬영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모래가 무너지는 바람에 위험성이 너무 커졌고, 촬영을 감행하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결국 국내 세트촬영으로 대체했다. 서영희는 세트에서도 머리 끝까지 모래에 파묻혔다 다시 나와 촬영하길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한참 고생하고 4회만 나온 거요? 결코 아쉽지 않아요. 초반에 감독님이 '고생스러울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고생스러운 만큼 보람도 있는 거니 고생을 즐기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니 정말 딱 죽고 싶었어요. 그래도 방송이 되니 얼마나 뿌듯한지요. 좋은 드라마에 출연해서 제가 고생한 모습을 시청자들이 봐 주시고 또 고생했다고 알아주시는 것이 얼마나 벅찬지 모르겠어요."

배우 서영희 ⓒ임성균 기자 tjdrbs23@

서영희는 어떤 역할이든 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작은 역할에서도 폭발력 있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추격자'가 그랬고, 시트콤 '그 분이 오신다'가 그랬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한 다른 작품들도 그랬다. 서영희는 "1분을 나와도 강렬하게 기억될 캐릭터가 욕심난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선덕여왕'에 1∼2회 가량 회상 장면을 통해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힘들었던 4개월을 보내고 지금은 영화 '청담보살' 촬영에 한창인 그녀는 벌써부터 '선덕여왕'의 촬영이 걱정이다. 그녀의 조바심은 남다른 책임감에 따른 것일 터다.

"오히려 다시 돌아오는 게 겁나요. 어린 덕만 역의 지현이가 너무 잘해줬고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다른 출연자들도 잘 해주실 거고. 나도 그냥 짧고 굵게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부담이 돼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부르시면 '네∼'하고 가야지. 그게 연기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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