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워낭소리', 여름에 절대 못나오는 이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7.01 11:40


블록버스터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5월 '터미네이터4'가 일찌감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포문을 열기 시작해 6월에는 '트랜스포머2'가 전국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블록버스터 시즌인 여름이 도래하면 매년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올해도 예외 없이 재연됐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트랜스포머2'는 전국 2200여 스크린 중 절반이 넘는 1209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자체 집계로는 90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현재 상영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장에서 '트랜스포머2' 외에 다른 영화를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 다른 영화를 찾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발을 돌리거나 '트랜스포머2'를 봐야 한다.

여름이면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가 정도가 심하다. 극장 쏠림 현상이 대단할 뿐더러 다른 영화들이 알아서 피하면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다. 관객 성향도 블록버스터에 쏠려있다.

미국 역시 '트랜스포머2'가 전체 3만 6000여 스크린 중 1만개 정도에서 상영되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2'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고 다른 영화들이 쪽박을 차고 있진 않다. 박스오피즈 모조에 따르면 2위인 '프로포절'과 3위인 '행오버', 4위 '업'의 박스오피스를 합하면 1위인 '트랜스포머2'를 가볍게 넘어선다.

일본에선 '트랜스포머2'는 '에반겔리온:파'와 '루키'에 밀려 3위에 머물러 있다.

'트랜스포머2'가 국내 박스오피스와 스크린을 도배하는 데는 다른 화제작들이 상대적으로 경쟁을 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7월 개봉을 놓고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이는 것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 블록버스터가 몰리고 그 영화들을 극장에서 경쟁적으로 틀다 보니 작고 다양한 영화들을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반두비'를 비롯해 9일 개봉하는 '오감도', 16일 개봉하는 '아부지' 등 작은 영화들은 스크린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초 한국영화는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작은 영화붐이 일어났으며, 300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에 대중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에 '워낭소리'가 개봉했다면 그런 흥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한 독립영화 제작사 대표는 "아무리 '워낭소리'라도 여름에는 개봉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관객도 그렇고 배급사들도 그렇고 여름에는 작은 영화는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물론 극장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우리나라 연간 극장 관객 점유율은 25%가 채 되지 않는다. 한철 벌어서 남은 기간을 버티는 식으로 운영된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트랜스포머2'가 있어야 '워낭소리' 같은 영화도 상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매년 스크린 독과점 논의는 식상할 정도로 되풀이될 것이다. 대규모로 개봉해 빨리 수입을 내지 않는 한 부가판권으로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몫한다. 극장 입장에서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합법 다운로드가 활성화돼 부가 판권 시장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라도 스크린 독과점을 법적으로 제안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안을 어떤 주체가 먼저 내놓을지, 극장 요금 인상이라는 방울은 메가박스가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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