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표준계약서, 실효있다" vs 한예조 "글쎄"

김지연 기자  |  2009.07.07 12:11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연예인의 권익과 연예산업 발전을 위해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정한 가운데 그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공정위 1층 브리핑실에서 회견을 갖고 가수·연기자 중심의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발표한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장기 전속계약에 따른 폐해 방지를 위해 연기자의 경우 7년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설정하도록 했다. 가수 역시 계약기간 제한은 없지만 7년이 지나면 해지를 용이하게 했다.

또 연예인 사생활보장 등을 위한 인격권, 연예인 자신의 연예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했다. 더불어 연예인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실연권)을 보호하고 연예인의 진정한 의사와 능력에 합치되는 전속계약을 맺도록 했다.

그야말로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그간 연예계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연예인과 기획사간 불평등 관계 및 수입의 투명성 제고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공시된 표준전속계약서가 강제가 아닌 자율선택 사항이란 점에 한계가 있다. 공정위는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은 (기획사가)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과연 이 표준전속계약서가 실효성이 있냐' '연제협은 표준전속계약서를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데 자율사항이라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따끔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자율권고 사항이지만 표준전속계약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 약관법 위반 계약서가 될 가능성이 크며,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경우 여러 가지 제재를 받는다. 또 우리 계약서와 다른 부분을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지 못할 경우 계약서로서 효력을 잃을 뿐 아니라 공정위 약관법이 아닌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의무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원회 의장도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동의하며 "실질적으로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제까지의 관행상 기획사의 우월적 지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내가 말한 '절대'는 강한 긍정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문제갑 의장은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공동으로 감시의 눈을 갖고 있지 않으면 (표준전속계약서는)실효성이 없다"라며 "계약관행들을 시장의 자유로운 계약에 둔다면 이 표준약관은 공염불이다. 그렇게 안 되도록 표준전속계약서가 공시된 지금, 우리의 본격적인 일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 및 연예인들이 인성교육 및 정신건강 지원을 통해 우울증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최근 고 장자연 자살 사건에서 봤듯 연예인과 기획사가 오랫동안 있어왔던 잘못된 관행들이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를 통해 시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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