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가 말하는 '차우'의 결정적 순간 6컷③

[한국영화 빅4 따라잡기]

김현록 기자  |  2009.07.09 09:37
식인 멧돼지의 습격을 받은 사람들의 사투. 이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영화 '차우'(감독 신정원)에는 숨은 사연이 너무 많다. 실제 폐탄광에 들어가 검댕을 묻혀가며 촬영을 했고, 배우들은 눈앞에 없는 식인 멧돼지를 상상하며 소리를 내질러야 했다.

특히 멧돼지 잡기에 나선 5인의 추격대 중 홍일점인 정유미의 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애벌레를 깨물어 먹고, 촬영 내내 얼굴에 검정 분장을 달고 살았던 그녀는 "화면을 보니 잊고 있던 순간들이 생각난다"며 밝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가 밝히는 '차우'의 순간들!


노래 시작 전. 연기이긴 하지만, 촬영 초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니 조금 쑥스러웠다. 촬영 감독님이 파이팅 하라고 세팅되어있던 소주를 한잔 따라줘서 마시고! 용기 내어! 무조건!

"술 먹고 놀다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막상 올라가니 막 떨리는 거 있죠. 게다가 앞에서 연주한 밴드가 분위기 다 띄워놨는데 '이거 어쩌나' 싶더라고요. 그걸 아시고는 한잔 주셨어요. 눈 딱 감고 불렀죠."


차우가 엄포스의 발을 물기 직전. CG로 덧입힌단 얘기에 차우 입 속에 김순경 다리를 집어넣고 둘이서 아주 '쌩쇼'를 했던. 그렇게 연기를 마치고 나니 골이 띵~했더랬다.

"김순경 역을 맡은 엄태웅씨도 그렇고, 인형에 대고 '으아아' 하는 거죠. 아무것도 없는데 도망가고. 처음엔 웃겼어요. 그런데 계속 웃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집중해야죠."


양수리 세트장에서의 일주일 중… 이번 차우는 삼매리 마을회관의 잔치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볏짚, 흙, 그리고 잔치에 쓰일 여러 음식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퀘퀘한 냄새를 동반한 먼지들로 가득해져 가끔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스텝들의 열정이 더해졌던 한 때… 스텝들이 와글와글 한 걸 보니 아무래도 차우가 한바탕 휩쓸고 간 듯. 다시 셋팅해야 하나? 뭐 이런 건가….


김순경은 심각한데 멈춰진 샷을 보니 나는 반성을 좀 해야겠다.

"엄태웅씨는 '으아아' 하고 있는데 저는 '아 나도 뛰어볼까' 이러고 있는 거 있죠.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촬영 때 옆에선 어떻게 하시나 한번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실제 영화에선 다른 컷이 쓰였답니다."


촬영 시작하기 전 리허설을 하던 중 갑자기 비가와 촬영이 조금 지연되었음. 다행히 비가 멈춰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보다 더 멋진 세트가 있을까? 우리에게 기적처럼 나타나준 장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던. 가스도 올라오고, 이 곳에 한번 들어 왔다 나가면 모두가 눈알만 하얗고. 하지만 우리에게 또 다시란 없으니….

"얼굴이 시커맸죠. 촬영 초기엔 피부가 정말 좋았어요. 일부러 석고며 진흙이며 피부에 좋은 걸 넣어주셔서, 거의 팩이었다고 할까? 나중엔 피부가 안 좋아져서 분방으로 트러블을 가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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