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스틸러' 조진웅 "국가대표' 중계신은 애드리브"

김건우 기자  |  2009.08.03 14:31
배우 조진웅 ⓒ 송희진 기자 songhj@

영화 '국가대표'에는 하정우 김동욱 등 주연배우들보다 더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성주 전 아나운서와 함께 스키 점프 중계를 하는 조진웅이다.

사실 스키 점프는 스피드감이 넘치지만 움직임에 있어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복장을 착용할 경우 그게 동일한 대역이 반복해서 촬영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의 스키점프는 조진웅의 해설로 관객들을 웃겼다 울렸다 한다. 중계 초반에는 스키 점프에 관심이 없는 척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라고 하다가 점점 열의를 띠며 중계를 한다. 관객들은 스키점프의 규칙, 방법을 잘 모르지만 조진웅의 해설에 이끌려 마치 실제 스키점프 경기를 보는듯한 쾌감에 빠진다.

조진웅은 "김용화 감독님은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 김성주 씨가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며 "대본이 30쪽 분량이 돼 야구 중계를 하듯이 애드리브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의 해설자 역을 어떻게 맡게 됐는지.

▶'국가대표'가 스키점프 이야기라고 들었다. 하루 정도 해설자를 부탁했었다. 과거에 '마이 뉴 파트너'를 함께 한 경험이 있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촬영장에서 김용화 감독님은 엄청나게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편하게 해보라고 이야기하셨다.

-'스키점프' 해설 장면이 관객들을 울렸다 웃겼다 한다. 연습을 했었는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연습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것은 김성주 전 아나운서였다. 제가 마음껏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게 중간 중간 김성주 전 아나운서가 중심을 잡아주었다.

또 워낙 야구를 좋아한다. 김용화 감독님이 허구연 해설 위원과 같은 느낌을 원하셨다. 대본을 받았을 때 분량이 30쪽에 달했다. 저녁에 현장을 방문해 30쪽 분량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감독님께 제가 그냥해보겠다고 말씀드려 야구를 중계하듯 시도해봤다.

-최근 KBS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브루터스 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는 것 같다. 이름보다는 '브루터스 리'로 기억해준다. 길을 가다가도 '누구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아! 맞다. 브루터스 리!"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름을 기억 못해줘서 섭섭하지는 않다. 저는 캐릭터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배우 조진웅 ⓒ 송희진 기자 songhj@


-영화 데뷔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다. 상당히 늦은 편인데.

▶부산에서 연극을 했었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말죽거리 잔혹사' 연출부를 하고 있는 군대 고참을 만났다. 당시에는 단역이었지만 '우리 형'에 출연할 때는 제 분첩이 따로 있었다. 조금씩 작업 환경이 달라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어느덧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처음에 영화를 찍을 때는 감독님에게 출연 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했었다. 아무래도 시스템 자체에 대한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업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감독님과 함께 이 장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국가대표' 촬영은 하루 촬영이라 감독과 호흡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감독과 배우가 서로 스펀지처럼 빨아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워낙 김용화 감독님이 연기를 잘 하셔서 연기지시가 자세했다. 리허설 후에 촬영을 한 번 만에 끝냈다.

-이제 연극 영화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연극만 고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하고 싶다. 사고가 열려 있는 편이다.

-사실 한국 남성 배우에게 체형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래도 브루터스 리나 게으른 느낌의 역할이 들어올 것 같은데.

▶영화 '쌍화점'을 하면서 20kg을 찌웠지만 바로 '솔약국집 아들들'에 캐스팅 돼 살을 빼지 못했다. 아무래도 몸이 뚱뚱하면 게으르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올해는 식스팩을 몰표로 체중 감량을 해볼 작정이다. 살이 쉽게 빠지는 체질이라 자신있다. 과거에 30kg을 감량한 적도 있다. 저녁을 굶고 무조건 운동을 한다.

-지금은 브루터스 리의 모습 속에 사는 것 같다(이날 카페에서 만났을 때 브루터스 리의 복장을 입고 나타났었다)

▶연기를 하게 되면 그 캐릭터에 오랫동안 머무는 편이다. 극중 아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찍는 2-3주 동안은 정말 표정이 안 좋았다. 사람들과 술을 마셔도 마치 죄를 짓는 느낌으로 술을 마셨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생각하는지.

▶아무래도 덩치가 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사극 출연을 고민하고 있는데, 체중감량은 그 작품이 끝나면 시작할 생각이다. 보도방 사장으로 등장하는 '부산'으로 관객들을 먼저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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