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없는 산' 김소영 감독 "한국정서,외국인도 이해"(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08.16 11:13
김소영 감독 ⓒ 송희진 기자 songhj @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은 제목에서부터 쓸쓸함이 느껴진다. 영화는 엄마를 기다리는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매는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메뚜기를 구워 팔며 저금통을 채워나간다.

산이라면 당연히 나무가 있어야 하고, 자매라면 부모의 존재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이곳에 그 당연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소영 감독은 진(김희연 분)이 빈(김성희 분) 자매를 묵묵히 카메라에 담아 그리움을 그려냈다.

김소영 감독은 2003년 '나무 없는 산'을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꼬마 2명이 나무 없는 산에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나무 없는 산은 부모 없는 산을 뜻하면서 자매가 넘어야할 고지를 의미한다. 인생이 산의 굴곡처럼 올라가고 내려가는 때가 있듯 소녀들의 모습에서 그 모습을 발견하기 바랐다.

또 김소영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메뚜기 구이, 끝없이 펼쳐진 갈대 들판, 그곳은 실제 김소영 감독이 보냈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모습이다.영화 속 메뚜기 구이를 표현하기 위해 마리당 1000원에 사기도 했다고.

김소영 감독은 영화를 담담하게 담아낸 이유에 대해 "관객들이 함께 즐기기 바랐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김소영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꿈, 희망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영화 '나무없는 산'을 연출하게 됐는지.

▶12살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흥해읍에서 산 적이 있다. 2003년 글을 쓰는 수업에서 자기의 기억을 토대로 글을 써보라 했다. 당시 기억의 소재로 조금씩 내용을 만들어갔다.

-왜 제목이 '나무없는 산'인지.

▶전작 '방황의 날들'은 촬영 후에 제목을 정했다. '나무없는 산'을 기획하면서 산 위에 꼬마 2명이 있는 모습을 그린 적 있다. 과연 아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저 산에서 어떻게 살까를 생각했다. 또 인생은 굴곡이 있지 않나. 오르고 내리는 인생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그렇다면 내용의 대부분이 실화를 담고 있는지

▶많은 부분이 사실을 소재로 각색했다. 실제로 영화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촬영됐다. 2006년 흥해에 갔더니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극중 메뚜기를 잡아 굽는 장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당시에는 일찍 일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렸던 것 같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 기자가 실제 이런 일이 있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기억하는 느낌이 그렇다고 대답했었다.

-12살 때 미국 LA로 이주를 했다. 굳이 한국에서 촬영한 이유가 있는지.

▶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한국에서 한국말로 촬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흥해의 모습이 기억과 똑같아 내용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화제가 됐다.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외국 사람들도 가족에 대한 것, 꼬마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 최근 미국도 경제 불황이 닥치면서 자식들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극중 돼지저금통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겠나? 한국인에게 돼지저금통은 추억이 있는 물건인데.

▶그 부분에 대해 외국 사람들은 그냥 돼지 저금통으로 이해한다. 그것은 한국만의 정서인 것 같다. 돼지저금통을 시골에서 구할 수 없어 서울에서 사왔던 기억이 난다.
김소영 감독 ⓒ 송희진 기자 songhj @
-배우 김희연, 김성희는 모두 전문 연기자가 아니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는지.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캐스팅이였다. 아무래도 트레이닝을 받은 친구들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아이들을 찾았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인터뷰를 하고, 그 중에 몇 명을 뽑아 오디션을 봤다. 전문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고 싶었다.

희연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언니는 어른인데 저보다 한국말을 못 하시네요"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성희는 실제로 고아원에서 생활한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원주 어린이 집에서 성희를 만났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아역들과 의사소통을 했는지.

▶한국 어린이들은 말을 잘 듣는다(웃음). 당시 희연, 성희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절대 카메라를 보지 마라, 감독님이 이야기할 때 말만 듣고 보지마라, 서로 눈을 보면서 이야기해라 를 지시했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다. 또 스태프가 적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메뚜기를 굽는 것은 신기했을 것 같다.

▶극중 메뚜기는 실제 메뚜기다. 당시 동네에 포스터를 붙여 메뚜기를 한 마리 잡아오면 마리 당 1000원을 준다고 했었다. 희연이는 메뚜기를 무서워했다. 성희가 극중 메뚜기를 먹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스태프 전원이 메뚜기를 먹기도 했다. 매우 잘 표현된 것 같다.

-메뚜기를 먹는 장면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구수하다고 했다.

-그리움을 무척 담담하게 담아냈다.

▶최고 중요했던 게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는 거였다. 자매 두 명이 고모집, 할머니집을 전전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심플하게 나온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무척 많이 남는다. 아이들의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고난이 계속될 거라는 느낌이다.

▶사실 진(김희연 분)이 빈(김성희 분)의 엄마가 되어가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엄마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마다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 동양 여성 독립영화 감독으로 힘들지 않은지.

▶아직 작품이 두 번째이다 보니 잘 모르는 것 같다. 저는 아직 전문가는 아니다. 다행히 '나무없는 산'을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받아줬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다음 영화인 것 같다. 영화는 큰 캔버스에 페인팅 칠을 하는 느낌이다. 또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 있지 않나.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여성 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포기하지 마라, 그게 최고 중요한 것이다고 말하고 싶다. 저도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안된다고 반대했다. 부모님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지 않나. 그런 말을 듣지 말고 해야 된다, 노력하자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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