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유재석, 리얼 버라이어티 메인MC 역할은?

김명은 기자  |  2009.08.26 13:12
남자의 자격, 1박2일, 무한도전 ⓒ사진=KBS, MBC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를 중심으로 집단 MC체제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진행자의 덕목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1인 메인MC 체제의 프로그램에서보다 진행자들 사이의 협력과 조화가 중시됨에 따라 MC들의 역할에도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진행자들의 구성에 따라 각자의 캐릭터가 다르게 형성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메인 MC의 역할만은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바로 다른 진행자들의 멘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액션'과 이들 되받아칠 수 있는 '리액션'의 조율을 통해 프로그램의 흐름을 잡아가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MBC '무한도전',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강호동이 예능 MC로서 최고의 각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 기인한다.

다소 밀어붙이기식의 진행스타일을 선보여왔던 강호동이 유재석과 함께 '국민MC'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도 본인의 개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 다른 진행자들과의 협력 내지 보완관계를 잘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강호동이 메인 MC로 있는 '1박2일'이 '사직구장 촬영 논란' 등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을 무렵, 한 방송사의 예능 PD는 그 원인을 색다른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강호동이 주도적으로 나서 신입PD의 몰래 카메라를 선보인 이후부터 그의 비호감 캐릭터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메인 MC의 캐릭터가 두드러지면 흐름을 매끄럽게 잡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 이어 '패밀리가 떴다'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평소 그의 진행 스타일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메인 MC 이경규가 1인자의 이미지로 돌아가면서 멤버 간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경규는 오랜 기간 방송에서 후배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콘셉트를 선보여 온 1인자 이미지를 벗고 김국진과 이윤석, 김성민 등 다른 멤버들로부터 공격당하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방송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제작진은 이경규 본인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선배를 멘토로 받아들인 것이 그와 같은 변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경규는 작가 이외수와 가수 남진 등 연륜이 깊은 선배들 앞에서 기죽은 듯한 모습과 함께 후배들에게는 빈틈을 보이는 캐릭터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새롭게 적응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멘토의 활용이 유동적으로 바뀌면서 이경규는 맏형 이미지를 끌어올리게 됐고, 그 과정에서 나머지 멤버들의 역할과 이미지가 축소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김성민을 제외하고 김국진, 이윤석, 윤형빈 등이 과거에 비해 이경규와의 캐릭터 플레이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경규가 최근 코너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멤버 간 균형이 깨지고 시청자들의 시선이 한 쪽으로 쏠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규의 1인자 이미지는 SBS '절친노트'에서도 드러난다. '독설가'로 예능 MC로서 나름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해온 김구라가 이경규 앞에서는 자신의 주특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표 MC로 활동하며 큰 사랑을 받아온 이경규가 최근 다시 부활을 했으나 그의 너무 이른 1인자 부활은 프로그램에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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