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치곤 선선한 오후2시, 수상한 사람들이 하나둘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모여든다. 이동식 앰프가 자리를 잡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한다. 붉은 셔츠를 입은 사내가 세종문화회관 앞 길 가운데로 나오고 앰프에선 마이클 잭슨의 '비트 잇(Beat it)'이 흘러나온다. 노래가 시작되자 이 사내는 마치 마이클 잭슨이라도 된 양 춤을 추기 시작한다. 십수 초 후 구경하던 사람들이 춤에 동참하고 어느새 군무가 된다. 익숙한 몇가지 동작을 반복한 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흩어진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사인이 밝혀졌지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여전하다. 한국의 마이클 잭슨 팬들이 잭슨의 생일인 29일 서울 곳곳에 모여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
오후 2시10분 첫 행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 장소문제로 경비원과 실랑이도 있었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시작됐다. 시작을 맡은 신승재씨(28·회사원)의 춤이 시작되고 200여 명의 사람들이 잭슨의 히트곡 'Beat it'에 맞춰 안무를 선보였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20,30대에서 어린 아이까지 다양했다.
1분 남짓의 퍼포먼스를 끝내고 흩어진 사람들은 20여분 후 종각역 영풍문고 앞으로 모였다. 전 행사와 마찬가지로 이동식 앰프가 설치되고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신씨의 안무로 시작된 퍼포먼스는 세종문화회관에서와 같이 군무로 발전, 약속된 동작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흩어졌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미라씨(24·학생)는 "예상치 못한 관심에 놀랍다"며 1,2회 퍼포먼스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뒤 모 주간지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때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행사를 기획한 동기를 밝혔다. 소규모추모에 아쉬워하던 도중 마침 잭슨의 생일이 다가오고 세계 각지에서 플래시몹 행사를 해 한국에서도 플래시몹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신승재씨도 "다른 나라에서는 대규모로 추모행사가 열리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행사가 없었다"며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돼 기분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플래시몹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광화문 거리를 구경나왔다가 행사를 봤다는 장용훈씨(64·서울 동작구)는 "마치 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한 장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젊은이들이 음주나 폭력 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젊음을 발산하는 것을 보니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플래시몹 행사는 이날 오후 8시1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8시40분, 50분 대학로에서 세 차례 더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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