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최진실 장진영..왜 이렇게 허망히 가시는가

김관명 기자  |  2009.09.01 17:02

2005년 2월22일, 참으로 허망한 소식이 들렸다. 당시 영화 '주홍글씨'로 영화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던 배우 이은주가 경기 분당 자택서 목을 매 숨진 것이다. 화려한 배우 생활 이면에 숨겨졌던 우울증 이야기에, 연예계는 물론 팬들까지 모두 패닉에 빠졌다.

충격은 이어졌다.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의 자살, 그리고 지금도 바로 어제일 같은 지난해 배우 안재환과 최진실의 자살. 그리고 바로 오늘(1일) 위암 투병중이던 장진영이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향년 37세.

배우들의 죽음은 언제나 우리들 앞에 영원할 것 같은 스타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예외없이 '느닷없다'. 우리 뇌수 깊숙이 박힌 스타들의 그 해맑은 모습들. '주홍글씨'에서 대담한 요부 연기를 선보인 이은주가 그랬고, '장밋빛인생'에서 다 해진 속옷 입고 바람난 남편을 온몸으로 참아낸 최진실이 그랬다. '옥탑방 고양이'의 명랑소녀 정다빈은 또 어떻고?

그러나 장진영만은 하늘도 배려할 줄 알았다. 지난해 9월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청천벽력처럼 내려진 위암 판정. 불과 몇 달 전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청순한 이미지를 한껏 과시한 젊은 여배우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소속사도 그녀의 투병을 성원했고, 본인 역시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면서까지 연기와 생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 사이 결혼까지 약속한 가슴 짠한 순애보도 탄생했건만, 하늘은 끝내 장진영를 버렸다.

사실 장진영은 지난해 위암 판정 당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소속사나 가족이나, 심지어 일부 기자들까지도 그녀의 투병의지를 북돋워주자는 한 마음으로 '쉬쉬'하고 소리 없이 응원했을 뿐이다. 이런 그녀가 지난 5월 김건모 콘서트에 참석해 밝은 표정을 지었을 때,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찾아온 그 사랑에 남은 힘을 다 끌어올리려 했을 때, 박수를 치고 가슴을 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랴.

지금도 눈에 선한 장면 장면들. '청연'에서 장진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가 되어 창공을 마음 놓고 날아다녔고,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선 섹시하고 당당한 아가씨 연아가 되어 한 남자를 대놓고 꼬셨다. '로비스트'에서 극중 친언니(유선)의 어이없는 죽음에 실성이라도 한 마냥 목놓아 울던 그 배우가 바로 장진영 아니었나.

이은주가 자살했던 날, 그날은 싸락눈이 몹시 내렸다. 최진실이 자살한 날, 그날은 아침부터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리고 장진영이 숨을 거둔 오늘은 야속하게도 하늘이 시리고 맑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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