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하정우..영화는 '찌질남', 현실은 '품절남'

김현록 기자  |  2009.09.02 11:19
영화 '해운대'의 설경구와 '국가대표'의 하정우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와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제작 KM컬쳐)가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1000만과 600만을 각기 넘은 두 작품은 올 한국영화 부활의 아이콘이 됐다. 특히 그 주인공인 설경구와 하정우는 충무로 최고의 '품절남'에 등극했다. 영화에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던 두 남자가 현실에서는 최고의 흥행배우로 거듭난 셈이다.

설경구는 한국 최초의 재난영화 '해운대'로 1000만 영화 2편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영화 '실미도'로 한국영화 1000만 시대의 문을 열었던 그는 8년만에 다시 천만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천만 영화 두 편에 출연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눈과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해운대 상가번영회 회장인 부산 토박이 최만식으로 분했다. 만식은 짝사랑해 온 횟집주인 연희(하지원 분)에게 집안 살림을 다 퍼주면서도, 옆구리를 찔러주지 않으면 사랑 고백도 못하는 위인. 설경구는 야구장에서는 술 먹고 난동을, 돌아와선 샴푸 먹고 난장을 벌이는 찌질한 남자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하정우는 '국가대표'로 자신의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았던 그에게 배우로서의 명성과 인기를 모두 가져다 줬던 '추격자'의 최종 스코어가 507만명. '국가대표'가 60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순풍을 타고 있는 만큼, 그 이상의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과 열정을 담은 '국가대표'에서 하정우는 해외 입양아 출신인 대표팀 주장 차헌태 역을 맡았다. 그의 영어 이름은 의미심장하게도 '밥'. 설탕뿌린 토마토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그의 소망은 자나깨나 아파트 마련. 경기장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선수지만 어눌한 한국어 때문에 창피도 당하고, 사사건건 동료와 기싸움을 벌이다 굴욕도 당한다.

배우 설경구와 하정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영화에선 '찌질남'인 두 남자는 그러나 요즘 충무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절찬 상영 중이지만,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해 이미 촬영까지 거의 마쳤다.

설경구는 '용서는 없다'(감독 김형준)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로 분했고, 하정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감독 이윤기)로 수애와 로맨스를 그렸다. 하정우는 뒤이어 '살인자'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황해'에 합류, 나홍진 감독·김윤석 등 '추격자'의 주역과 재회한다.

재미있게도 두 사람은 실제로도 '품절남' 대열에 올랐다. 설경구는 올해 5월 동료 배우인 송윤아와 결혼해 신혼 생활 중이고, 하정우는 모델 여자친구 구은애와의 열애를 공개했다. 연기 잘하는 '찌질남'이자, 임자 있는 '품절남', 너무 바빠 또 '품절남'인 그들. 쉼 없이 이어질 두 남자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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