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에서는 배우로 닦아 놓은 게 없다."
기자와 만났던 배우 박용하의 말이다. 아시아 전역, 특히 일본 내 탄탄한 팬을 확보한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지만 국내에서 그의 위치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사랑받는 스타임에는 분명하지만 일본에서의 뜨거운 인기를 생각하면 적잖은 온도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박용하 류시원 배용준 등 이들 모두는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한류를 이끄는 대표 스타다. 이들이 나타나기만 해도 수백 명의 일본 팬이 삽시간에 몰린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내에서는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쟁쟁한 배우들과의 경쟁해야 한다. 한류스타로 콧대를 높이면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수많은 히트작을 기획한 SBS 김영섭 CP는 23일 "캐스팅에 있어 한류스타를 선호하는 것은 일본 투자를 받는 것이 가능하고, 일본과 동남아 등 수출을 통해 해외 수익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류스타이기 전 국내에서 배우 자체가 갖는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용하는 지난해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온에어'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필모그래피를 하나둘 쌓기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 그는 국내에서는 주연을 맡은 변변한 히트작이 없었다. 오죽하면 박용하 본인이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활동하게 된 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창피한 점도 있다"고 했을까. 그는 "'겨울연가' '보고 또 보고'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늘 주연은 아니었다. 사실 여러 연예인을 앉혀놨을 때 누가 딱 봐도 주인공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있는데 난 아니었다"고 솔직한 고백을 했다.
물론 한류스타가 국내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일본 활동 중단이라는 기회비용이 필요하다.
류시원도 국내에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금 알리기 위해 지난 20일 종영한 SBS '스타일'을 통해 4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고, 배용준도 국내 팬들이 그의 이름을 잊을 법한 때인 2007년 MBC '태왕사신기'를 통해 건재함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22일 만난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의 인기가 비슷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이에 한류스타들이 국내 작품 출연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류스타 하면 잦은 일본 활동으로 국내 인기가 하락할 경우 금방 '한 물 갔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고, 심할 경우 '일본 가서 돈이나 벌라'는 독한 말을 듣는다. 오죽하면 한 한류스타 측근이 "해외 각국에서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는 자부심을 느끼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돈이나 벌러 외국으로 가라는 말에 섭섭함을 느낀다"고 털어놨을까.
대한민국에서 한류스타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해외 팬들에게 호소력 있는 마스크라며 각종 정부기관의 홍보대사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또 생각지 못한 곳에 불려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김영섭 CP는 "기존 한류스타들을 잘 활용하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한류스타의 발굴을 통해 한류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것이 기존 한류스타들도 살고 대한민국 문화도 더 힘을 갖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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