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결산]PIFF, 스타보다 영화에 초점 맞추다①

부산=전형화 기자,   |  2009.10.12 07:00


8일 닻을 올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어느덧 중반을 지났다.

이번 영화제는 역대 최다란 수식어가 계속 붙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함과 물량공세를 자랑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국내외 스타만 150여명, 그 중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을 비롯해 장동건 이병헌 등 한류스타들까지 총출동해 부산의 밤을 그 어느 때보다 빛냈다.

상영작도 역대 최다인 70개국 355편이 초청됐으며, 월드 프리미어도 144편으로 역대 최다였다. 영화제 초반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동건과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이병헌,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는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외신들도 그들의 동정과 인터뷰, 기자 회견 등을 빠르게 세계에 타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알리는 데 한 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영화제는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하는 영화제'를 표방한 것에 걸맞게 내실 있고 안정적이게 진행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여느 해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욱 영화에 초점을 맞췄으며, 영화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스타들의 방문도 중요하고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이 참석한 오프토크 등 각종 프로그램들이 관객을 흥분시켰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두드러졌다.

우선 할리우드의 월드 클래식 작품과 80년대 한국 감독들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회고전, 추모전을 비롯해 이번 영화제를 찾은 다리오 아르젠토, 코스타 가브라스,조니 토 등 거장들의 영화들이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아시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유럽 등 국내에 낯선 영화들은 다양한 세계 영화를 관객에 알렸다. 개막작을 한국영화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이런 노력에 관객은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10일까지 총 상영작 355편 가운데 256편이 매진됐다. 무엇보다 올해 눈에 띄는 점은 국제영화제답게 외국인 관객이 급증한 것과 연령층이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좀 다르다. 피프 빌리지, 상영관 등에서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관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급증했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14년에 걸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부터 외국인 예매 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거주 외국인과 해외 외국인 모두 국내 관객과 마찬가지로 티켓 예매가 가능하도록 예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그동안 젊은 관객층이 주류였던 데 비해 추모전과 회고전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돼 올해는 중장년층 관객들이 부산에 많이 몰렸다.

영화제 중반에 이르도록 영사사고가 크게 준 것도 주목된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영사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상영작이 상영됐기에 영사사고 우려도 그만큼 컸다. 그러나 영화제의 중반까지 영사사고는 단 한차례뿐이었다.

이는 영화제측이 철저한 대비를 했음을 의미한다. 김정윤 홍보팀장은 "상영작 수가 늘어난 만큼 준비기간에 기술,자막팀 인원을 대거 보강했으며, 14년에 걸친 스태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저한 체크작업으로 영사사고를 방지했다"고 밝혔다.

톱스타들이 몰린 데 비해 별 탈이 없었던 데는 안정적인 운영시스템 탓이 컸다.

역대 최대 상영작과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 빅스타 방문으로 지난해에 비해 몸집이 더 커졌지만 큰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11일 오후 상영된 미드나잇 패션의 경우 사전 점검 결과 상영 도중 영사 시스템이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 상영관 교체를 결정하고 미리 고지하기도 했다. 영화제를 오래 지켜온 베테랑들의 능동적인 대처로 보다 안정되게 관객들을 맞이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영화 및 세계영화 흐름을 선도하려는 노력도 주효했다. 올해 2회를 맞은 'Korean Producers in Focus'(KPIF)는 지난해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KPIF'는 재능있는 프로듀서들의 기획을 소개해 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올해 심사위원을 맞은 신철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 대표는 "지난해보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동안 영화제의 중심이었던 해운대에서 센텀시티로 중심이 옮겨간 것도 예년과 다른 풍경이었다. 영화제 주상영관이 이쪽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레 관객의 동선도 많이 바뀌었다. 이벤트를 즐기려는 관객이 해운대로 몰렸다면 순수하게 영화를 찾는 관객은 센텀시티로 발길을 돌렸다.

셔틀버스 운행이 적어 교통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렸으며, 영화제가 분산된 느낌을 주기는 했다. 그러나 센텀시티 인근에 영화제 전용관인 두레리움이 건설되고 영진위와 부산지역방송인 KNN도 이 지역으로 이전되는 만큼 앞으로 영화제 중심이 센텀시티가 되기 위한 과도기적인 형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굴 만한 화제작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조니 토 감독의 '복수'를 비롯해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심볼', 아시아 영화의 창에 소개된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미드나잇 패션의 '피안도' 등이 호평을 받았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고 장진영의 추모관은 급히 마련된 터라 배우를 차분히 추모하는 자리라기보다 눈요기에 가까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산영화제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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