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축제인 영화 시상식들이 위기에 처했다. 대종상영화상이 후보작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MBC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올해 무산된 것.
올해로 46회를 맞은 대종상영화상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출품작이 부족해 6월에서 11월로 시상식을 연기한 데 이어 주요부문 후보 선정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21일 대종상 사무국은 오는 11월6일 열리는 제46회 대종상영화상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해운대'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국가대표'와 '신기전'은 각각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논란이 인 것은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고른 평가를 받은 작품은 후보에서 빠진 반면 아직 일반인에 공개도 되지 않은 영화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박쥐'는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빠진 반면 시상식 일주일 전에 개봉하는 '하늘과 바다'가 후보에 올라있다. 또 여우주연상에는 '해운대' '내사랑 내곁에'에서 열연한 하지원과 '7급 공무원'의 김하늘이 후보에도 못 오른 반면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는 후보에 올랐다.
대종상 측은 "2008년 5월 1일부터 2009년 9월 4일까지 제작 완료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영상물 등급위원회 등급을 필한 작품으로 극장에서 상영이 되었거나 상영중이거나 혹은 상영예정인 극영화에 한해 출품작 중 심사를 거쳐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고 있지 않다.
지난해 7회를 맞은 MBC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올해 아예 행사가 무산됐다.
통상 '대한민국영화대상'은 4월부터 7월까지 일반심사위원을 모집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 심사위원 모집은커녕 출품작 접수조차 아직 받지 않았다. 10월 중순에 후보작선정위원회가 열리고 11월 본심 심사에 들어가 심사위원단 투표가 마무리되는 전례에 비춰 이 같은 행보는 영화계의 우려를 자아냈다.
영화시상식들이 이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데 대해 영화계에선 "올 것이 왔다"와 "이참에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등의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대종상은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시상식이지만 그동안 수상결과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종상 뿐 아니라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결과를 놓고 무수한 말들이 쏟아지는 만큼 영화 시상식 자체가 권위를 갖기 위해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 제작사 대표의 설명이다.
또 영화계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좌초된 데 대해 경제 위기 뿐 아니라 모종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후원을 해왔던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MBC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계를 좌우로 편가르기 하는 현재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시상식은 한해 수고한 영화인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또한 관객이 외면한 수작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기능도 갖는다. 그러나 매년 시상식 시즌이 끝나면 씁쓸한 뒷이야기를 남기곤 했다.
한국영화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도약하려 노력하듯이 영화 시상식도 시상식 본연의 뜻에 맞게 변화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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