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출판가에서 대박, 대박을 쳤던 책 중에 하나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다. 이 책의 요점은 이거다. 남자와 여자는 화성과 금성차이만큼 행동과 생각하는 게 너무나 다르다는 것. 그렇다. 몇십년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같은 학교를 다녀도 남학생, 여학생은 생각하는 게 다르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남자, 여자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연애, 결혼 생활을 봐도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른 점이 많은 동물이다.
봉창두드리듯 갑자기 남자, 여자 운운하는 이유는? 서로 편가르기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요즘 남자, 여자에 대한 탐구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바로 tvn의 ‘재미있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우연히라도 한 번 본 사람들은 팬이 될 정도로 인기다.
누구나 다 TV만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공중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 TV가 이리도 인기있는 비결이 대체 뭘까? 이 프로그램의 큰 골자는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제목처럼, 남자, 여자에 대한 탐구다. 하나의 상황에 대해서 남자 심리, 여자 심리를 각각 다루는데, 예를 들면, 군입대에 대해, 소개팅 준비, 쇼핑, 방구 트기 등 생활 속 남녀 차이를 콩트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콩트의 맛이 일품이다 이 말씀. 이 콩트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나 그 밖의 이런저런 남녀 심리를 다른 책들처럼 고급스럽지 않다.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고 싼티(?)에 가깝기도 하다. 물론 이 싼티(?)란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실제 상황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밀착형’ 콩트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맞아, 맞아 무릎 팍팍 치며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는 말씀.
동시에 ‘남녀탐구생활’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또 하나. 좋은 프로그램이란 뭘까? 대형 공중파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런 세트와 소위 말하는 A급 연예인들이 나오지 않아도 시청자들에게 ‘독특한 뭔가’를 주면 되는 것 같다. ‘남녀탐구생활’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고급스런 색감도 아니요, 장동건, 김태희 같은 배우도 아니지만,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독특한 뭔가’는 바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만드는 ‘공감’이란 코드다. 그것이 어찌나 정확한지 그 맛이 과히 인절미처럼 쫀쫀하다 할 수 있겠다. 최고의 고수란 평범한 일상에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남녀탐구행활’은 10점 만점에 10점 줘야하는 게 아닐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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