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단 동방신기 멤버 3명의 손을 들어줬다.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 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SM은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해 연예 활동에 관해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아시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한류 첨병의 그룹과 국내 정상의 대형 기획사간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가요계를 넘어 국제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불공정 계약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평가하지만 한편으로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산업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방신기 사건은 결국 SM의 '관리 실패'로 귀착된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 평가다. 소위 동방신기 사태가 이렇게까지 곪은데에는 쌍방간의 '소통과 배려'가 존재하지 않고 전진을 위한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가요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하나가 관행적으로 기획사가 계약을 이행해 오던 전례를 원천적으로 뒤집고 멤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분명 13년의 계약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노약계약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소통과 배려'가 존재하고 정확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행복한 계약일 것이다. 13년보다 더 연장된 계약서에 분명 즐겁게 스스로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타 기획사로 이적을 생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동방신기의 태생 과정을 살펴보면 '소통과 배려'가 존재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수백명의 연습생중에 발탁된 멤버들을 조합해 탄생된 팀이었다. 멤버간에 음악적 철학이나 향후 행보에 관한한 그 어떤 구체적 향방도 멤버 스스로가 가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형기획사의 시스템안에서 국내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움켜쥐었고, 해외 시장 진출까지 치밀한 계산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이 준비과정까지 합치면 무려 10년에 이르렀다.
이쯤되면, 멤버들도 자신을 뒤돌아 보게 마련이다. 음악적 컨트롤과 함께 행보에 대한 선별의 안목도 생기게 마련이다. 서고 싶지 않는 무대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를때도 있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통제도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가 최고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이 여기까지 왔다면, 비록 대중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자간 봉합할 수 없는 구체적 사건들이 도처에 존재했을 것이다.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사실상 승소를 반색하며 멤버들은 '전속계약 무효 및 수익 분배 등의 내용에 대한 본안 소송 건'을 준비중이고, SM측은 즉각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또, 그간 밝히지 않았던 정확한 사실관계 및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주장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간 우리 가요계의 크고 작은 분쟁의 불씨를 살펴보면, 분배의 문제(불공정 계약), 소통의 불가능(인격적 존중), 태생적 한계 (음악적 한계, 연예인으로서의 자세와 인식의 부재), 가족의 개입 (비전문가의 개입)으로 축약될 수 있다.
그중 분배의 문제는 분쟁의 최대 쟁점이었다. 분배는 사실상 투자이자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주요한 단서가 된다.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노예계약인 것이다. 또한, 90년대 중반이후부터 사실상 가요산업으로서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연예인에 대한 인격적 존중 부재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또한 스타가 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연예인들의 인성 부재도 큰 마찰의 불씨를 제공했다. 인기를 얻고서도 음악적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와 범법 행위에 휘말리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동방신기 사건의 판결은 법리적 해석이다. 법원의 판사가 가요 산업과 신인 발굴과 육성 과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는 힘들다. 계약서를 토대로 객관성을 담보한 판결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가요계가 최우선 과제로 개선하고 체질을 변화해야 할 점은 바로 '소통과 배려'다. 계약서보다 더 큰 신뢰를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온전한 '소통과 배려' 그리고 '투명한 분배'에 의해서다. '해법의 길'이 따로 없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