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카락스 "봉준호 '살인의 추억' 흥미로웠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11.06 08:35
레오 카락스 감독 ⓒ유동일 기자 eddie@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흥미롭게 봤다고 전했다.

'퐁네프의 연인들', '나쁜 피'를 만든 프랑스의 레오 카락스(49) 감독이 10년 만에 넥스트플러스영화축제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 국내 팬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레오 카락스 감독은 말수는 적지만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카락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대해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평소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다고 밝힌 카락스 감독이 타 감독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제 작품을 다시 보지 않는 것은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기보다, 다시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며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카락스 감독은 '소년, 소년을 만나다'(1984년), '나쁜 피'(1986년) 등을 통해 천재감독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16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단편영화를 찍었으며, 20대에 '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칸국제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했다. 그동안 단 4편의 작품을 만들었던 카락스 감독은 최근 봉준호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 참여 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서 만남과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락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능력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영화는 결국 만남이라 생각한다" 며 "스스로 내 작품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영화를 만들 능력이 없다면서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카락스 감독은 "영화를 향한 나의 욕망은 진행 중이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좀 흔들어 놓고 싶다. 나는 영화를 처음 할 때보다 젊어지고 있지만 세상은 반대로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한에서 카락스 감독은 자신의 본명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카락스 감독의 감독은 알렉스 뒤퐁이다. 그는 "반항심이 크던 사춘기 때 그 이전까지의 모든 나 자신으로부터 떠나고 싶었다"며 "마침 오스카 와일드를 읽고 있어서 알렉스와 오스카의 철자를 섞어서 레오 카락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카락스 감독은 차기작으로 '나쁜 피'의 20년 후의 대답에 해당하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30년간에 걸쳐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얼굴만 나오는 영화를 계획 중이다"며 "제목은 '흉터'가 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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