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스크린 독과점 속 흥행, 韓영화 득과 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11.15 11:49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2012' 열풍이 거세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2일 개봉한 '2012'는 14일까지 111만 6282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2012'는 개봉 첫날 30만명을 동원, 일찌감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2012'는 마야인이 예언한 지구 종말의 해 2012년에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로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맞는 과정을 거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 '2012'는 관객을 불러 모을 주요한 영화 중 하나로 꼽혔다.

'2012' 흥행을 보는 한국영화인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우선 '2012'가 모처럼 극장에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그동안 극장가는 여름 성수기가 끝난 뒤 극심한 비수기를 겪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200만명에 그칠 정도로 극장이 텅 비었다. 계절적인 원인도 있지만 폭발적인 흥행력을 가진 영화가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2012'의 등장은 일단 극장 관계자들을 웃게 하고 있다. 또 뒤이어 개봉하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에게도 희소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야행' '홍길동의 후예' 등 11월 한국영화들로서는 극장에 관객이 가득 차는 현상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심정이다. 감히 청하지는 못해도 바라마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2012'에 하루 앞서 개봉한 '청담보살'도 반사작용을 받고 있다. '청담보살'은 첫 주 60만명을 동원할 전망인데 '2012' 없이 '청담보살'만 개봉했다면 이 정도 효과를 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12'의 흥행은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2012'는 국내 스크린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여 스크린을 확보, 또 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앞서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 등 한국영화들이 교차상영 논란을 겪은 데 이은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2012'는 현재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를 기록 중인 '청담보살'과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확보한 스크린 수보다 더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관객이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스크린 독과점과 '퐁당퐁당'은 한국영화계에 고질적인 문제이다. 또 동시에 찾아오는 문제이기도 하다.'집행자' 제작사가 '2012'가 개봉하면서 '퐁당퐁당'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는 분명 관객을 다시 극장에 불러 모으고 있다. 이런 현상은 11월 뿐 아니라 12월 개봉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다양한 영화들은 '2012' 뿐 아니라 한국영화 기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 틈에서 사그러질 것이다.

'2012' 흥행을 보는 영화인들의 마음이 복잡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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