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선 원더걸스 소희와 키스신으로 소동을 치렀고, 히트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를 이끌었으며, MBC '에덴의 동쪽'에선 주인공 이동철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소년이 남자가 됐음을 증명했다. 올 초 대박 드라마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선 매력만점의 바람둥이 소이정으로 누나들을 울렸고, SBS '드림'에선 헝그리 격투기 선수 이장석로 링을 누볐다. 작품 하나하나, 역할 하나하나가 만만찮다. 어디 이뿐이랴. CF를 찍었고, 일본을 오갔고, 가수로 싱글 앨범도 냈다.
이번엔 첫 주연 영화다. 다음달 개봉을 앞둔 영화 '비상'(감독 박정훈) 속 김범은 껄렁한 소매치기이자, 얼치기 배우 지망생이자, 잘나가는 호스트다. 쉬울 리 없다. 김범은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스무살 워커홀릭 배우는 고백했다. 욕심이야말로 자신을 달리게 하는 힘이라고. 진심일 것이다. 입에 발린 문구가 아님을, 그의 지난 2년이 증명하고 있다.
-참 쉴새없이 작품을 한다.
▶'비상'은 '꽃보다 남자'를 하면서 선택했다. '꽃남' 끝나고 1주일도 안 돼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놈의 욕심 때문에. 시범이란 역할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영화 초반 중반 후반이 다르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연기하면서 공부가 될 것도 같고. 안타까운 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빠듯하게 찍었다. 나는 항상 그랬다.
-좀 쉬고 싶었을 텐데.
▶'비상'의 시범이에는 젊은 남자 배우가 하고 싶은 모습이 다 녹아 있었다. 그거 하나 때문에 모든 시간적 여유를 버리고까지 하고 싶었다. 캐릭터가 워낙 마음에 들었다.
-안 쉬고 일하는 것도 성격이다.
▶성격 맞다.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이 매력 있다. 캐릭터도 자체가 풍기는 아우라가 있지 않나. 대본을 보면 '니가 이 옷, 입을 수 있으면 입어봐' 이렇게 나를 자극하는 작품이 있다. '에덴의 동쪽' 이동철이 그랬고, '드림'의 이장석이 그랬다. '꽃남'의 소이정은, 조금 달랐지만…. 매니저 형도 쉬운 건 안 가져왔다.(웃음)
-변화가 참 드라마틱하다.
▶똑같은 캐릭터가 없다. 비슷할 순 없어도 같지는 않다. 제가 맡은 캐릭터들도 다른 세상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다르다고 느끼셨다니 저로서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새 역을 만나면 신이 난다. 내가 캐릭터를 설명할 때 옷을 입는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전혀 다른 매장에 있던, 안 맞던 옷을 조금씩 줄이고 늘려보면서 맞춰가는 거다.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그 옷이 멋있다고 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더 신이 난다. 입을수록 다른 옷을 입어보고 싶다.
-'욕심'이 김범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같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하다. 남한테 지는 것도 싫고, 나한테 지는 건 더 싫다. 그 '옷'에 지기 싫어서 그 '옷'에 도전한다.
-이 옷은 아니다 싶은 것도 있었나?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겠다.
▶아쉽다.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경험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상상으로 하고 있으니. 맡았던 역할들조차 남녀의 사랑보다는 가족의 관계 때문에 상처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저나 몸은 괜찮나?
▶'하이킥' 끝나고 교통사고가 나서 허리가 안좋다. 21살인데 허리가 아파서 비오는 걸 미리 맞출 정도다. 장마철이면 힘들다. 그 때도 병원에 오래 있어야 하는데 못 참아서 일찍 나왔다. 밤새고 힘든 건 쉬면 괜찮아지는데 이건 좀 힘들다.
-그런데도 몸고생까지 사서 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액션신이 많았다. 이동철은 스턴트가 많았고, 장석이도 링 안에서 스턴트를 했다. 그런데 '비상'은 '싸움'이어서 힘들었다. '드림'의 격투기 주먹질과 '비상'의 싸움 주먹질은 전혀 다르다. 그나마 '드림'은 룰이 있었는데, '비상'은 무형태의 싸움이라 더 힘들었다. 하지만 와이어 연기는 재밌더라. 불 붙이는 것도 해 보고, 바다 뛰어드는 것도 해 봤는데 와이어는 처음이었다. 체질인가보다.
-주먹은 센가? 학창시절엔 주먹질이랑 인연이 좀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으니. 하지만 싸움이랑은 인연이 없었다. 싸우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럴 수도 없었다. 중학교 땐 축구부를 해서 엄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싸울 수는 없었다. 싸우면 더 혼나니까 더 못한다.
-'꽃남' 최고의 바람둥이였던 김범이 호스트가 돼서 다시 여인들을 유혹한다는 설정이 이채롭다.
▶호스트들은 웃음을 팔고 사랑을 판다. 소이정 같은 바람둥이와는 전혀 다른 위치다. 특히 내가 맡은 시범 역은 노래나 입담으로 많은 여자들을 홀리는 게 아니라, 순수함으로 한 여자를 제 편으로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극중 배우 지망생인 시범은 호스트 일을 하면서 '이것도 연기일 뿐'이라고 자위한다. 배우로서 남 이야기 같지 않았겠다.
▶맞다.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그런 부분들이 제 입장에서도 이해가 됐다. 그 부분 때문에 혼란을 느끼고 힘들어 하는 것도 물론 이해가 된다. 촬영장 이외의 장소에 있거나 홀로 시간을 보낼 때 그런 생각이 드는 편이다. 그렇다고 그런 심각한 생각에 빠지는 건 아니다. 최근엔 하도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보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계속 이 속도대로 달릴 건가?
▶정신적인 공황이랄까, 고갈된 상태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도 촬영장에 가면 그런 걱정을 안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고민이다. 쉼없이 일을 하고 싶지만 그 때문에 걱정과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더 정신없이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하는 순간만은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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