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를 두고 '라이온킹'이라고들 하는데, '라이온킹'은 없습니다. '라이온퀸'이죠."
MBC가 창사 48주년 자연 다큐멘터리 '라이온퀸'(연출 최삼규)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에 머물며 한 무리의 사자들을 근접 촬영, 생생한 HD화면과 5.1채널로 완성된 고품격 자연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연출자 최삼규 PD는 2003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았던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를 만든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가. 내레이션으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참여한 것도 입사 동기인 최삼규 PD와의 인연 덕분이다. 4억2500만원의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이번 '라이온퀸'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성취다.
"자신있게 말씀드리는데,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입니다. 사자는 원래 새끼를 동굴에서 낳고 걸음마를 할 수 있을 때 데려나오거든요. 이번에 운좋게 갓 태어난 새끼를 발견해서 6개월에 걸쳐 찍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관심있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 PD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결심한 것은 한 무리의 프라이드(사자 무리)를 택해 이를 6개월간 따라다니며 삶의 과정을 포착해보자는 것. 최 PD는 이것이야말로 경쟁과 사냥에 집중해왔던 기존 사자 다큐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했다. "사냥 위주, 무리 내 싸움 위주로 찍어야 역동적이고 재밌겠죠. 그에 비하면 우리 쪽은 여성적이고 또 정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사자의 사회고 틈새시장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자는 철저한 모계 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 35종에 이르는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는 모계 집단을 이워 사냥과 양육을 함께한다. 그는 "숫사자의 역할은 '기둥서방'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숫사자의 가장 큰 역할이 보초하고 짝짓기예요. 숫사자는 갈기가 멋있어 보이지만 사냥할 땐 발각이 잘 되고, 머리가 커서 잘 뛰지도 못해요. 암컷들은 커서도 무리와 같이 성장하지만 숫사자들은 성장하면 무리에서 쫓겨납니다"
덕분에 이번 '라이온퀸'에는 '굴욕'과 '안습'의 숫사자들이 등장한다. 번번이 사냥에 실패한 숫사자들은 다른 암컷들이 사냥한 짐승을 빼앗아 허기를 다루기가 일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심지어 풀을 뜯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라이온퀸'이라는 제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최 PD는 "어떤 분은 '라이온킹'을 잘못 쓴 게 아니냐는 망발(?)도 하는데, '라이온킹'이 아니라 '라이온퀸'"이라고 강조했다. 박화진 카메라 감독은 "다시 태어나도 아프리카 숫사자로는 태어나지 말자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최 PD가 쉽지 않았던 6개월의 대장정을 할 수 있었던 데는 2002·2003년의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2007년 '탕가니카의 침팬지들'을 제작하며 만든 인맥과 노하우가 큰 몫을 했다. 세렝게티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촬영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책임자들을 잘 알아둔 덕에 촬영료를 면제받는 한편 금지된 밤 촬영도 할 수 있었다고 최 PD는 귀띔했다. 6개월을 함께 한 사자 무리들은 나중엔 경계는커녕 가까이 다가가면 인사를 할 정도로 친밀해졌단다. 사자 무리들에게 이미숙, 심혜진, 전미선, 동방신기 같은 별명을 지어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기쁘게 한 것은 촬영에만 6개월이 소요된 총 9개월의 제작 기간 동안 제작진 모두가 해충이나 풍토병 없이 건강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 PD는 가능하다면 이번 사자 가족들의 다음해, 그 이듬해를 함께하며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싶은 꿈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딱딱한 자연 다큐멘터리가 다큐 드라마를 만들어내겠다는 소망도 함께 밝혔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다큐 드라마를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스토리텔링을 담으려면 제작의 노력과 시간이 배가됩니다. 더욱 노력을 해야겠지요. 그래야 시청자들도 더욱 재미있게 보실 거구요. 의도적 연출이요? 그게 되겠습니까. 사자들한테 '얘들아 사냥 좀 해라, 젖 먹는 거 못 찍었으니까 좀 더 먹여라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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