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김해숙 그리고 장진영..여배우가 빛낸 청룡상

전형화 기자  |  2009.12.02 23:10

여배우들이 빛낸 청룡상이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30회 청룡상 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마더'가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조연상, 조명상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이날 시상식은 영화상이 지향해야 할 경향은 뚜렷이 드러나진 않았다. 한 영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는 기쁨도 없었다. 충분히 받을 만한 작품과 배우들에 트로피를 안겼지만 시상식의 특성은 나타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날 시상식의 감동은 다른 곳에서 드러났다. 여배우들의 희노애락이 시상식 곳곳에서 넘쳐났다.

고 장진영에 특별상을 안길 때 좌중은 숙연해졌다. 청룡영화상에서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진영을 영원한 청룡의 여인으로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선이 여배우들을 대표해 장진영을 추억할 때 객석에 앉아있던 다른 여배우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물론 슬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누나들의 '기쁨조' 2PM이 공연을 펼치자 여배우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 환호했다. 택연이 초콜릿 복근을 드러내자 10대 여고생마냥 "꺅" 소리도 일제히 터져나왔다.

'박쥐'의 김해숙이 여우조연상을 탔을 때 여배우들은 기쁨과 존경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해숙이 걸어가는 길이 자신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여배우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원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또 다른 반전과 감동을 선사했다. '마더'의 김혜자가 워낙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이날 데뷔 11년만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내사랑 내곁에'와 '해운대'로 올해 눈부신 활동을 펼쳤지만 대종상에는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던 터였다.

그런 하지원의 사연을 알기에 여배우들의 시샘 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비록 시상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마더'의 김혜자는 존재감만으로 시상식을 장악했다.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였으며, 이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마더'는 김혜자 없이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여배우들이 지향할 바이기도 했다.

때마침 영화계에선 영화 '여배우들'이 화제다. 고현정 최지우 등 출연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여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요즘, 청룡상에서 여배우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밟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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