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연예인 탐구생활-정가은편이에요①

[캠핑카 인터뷰]

김겨울 기자  |  2009.12.07 12:00
정가은ⓒ홍봉진기자@
여자 연예인이 인터뷰를 해요. 인터뷰 콘셉트가 캠핑카 인터뷰래요. 추워죽겠는데 무슨 캠핑카 인터뷰냐 생각하지만 이미 매니저가 약속했다고 하니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기로 해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다른 연예인들은 어떻게 했는지 한 번 찾아봐요. 오지호 윤상현 정일우 채림 김정화 몇 편 읽다가 평소 이상형으로 꼽아 온 연예인 K 편을 자세히 읽어요. 어머 어머, '이니셜 토크'를 읽는데 연예인 Y씨랑 연기할 때 떨렸다네요. 출연한 작품이 어떤 거였지. 에이. 누군지 궁금해 죽겠어요. 매니저한테 물어볼까 하다가 자존심 생각에 멈춰요. 내가 인터뷰할 때 더 궁금해 죽겠도록 하면 되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요.

인터뷰 당일이 왔어요. 최대한 자연스런 복장과 메이크업을 연출하기로 해요. 예쁘고 세련됐지만 털털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요. 옷을 입고 벗고, 옷을 입어보고 연출하고 벗고, 옷을 입어보고 거울보고 벗고, 이렇게 계속 반복해요. 그러다 겨울이니까 따뜻하면서 어려보일 수 있는 터틀넥 원피스를 입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입어요. 스타일리스트 표정도 좋고 나도 괜찮은 것 같아서 이걸 결정하기로 해요.

이제는 신발 차례에요. 신발을 신고 벗고 신발을 신고 벗고 신발을 신고 벗어요. 마지막으로 선택된 신발과 옷을 전신 거울에 비춰보며 너무 짧은 시간 내에 고른 것은 아닌지 걱정해요. 프로로서 자세를 못 보인 것은 아닐지 고민하지만 이렇게 간소하게 해야 인터뷰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메이크업은 얼굴 씻고 토너 바르고 수분을 듬뿍 바르고 에센스 바르고 피부과 원장님이 추천해주신 특별 에센스 덧바르고 아이크림 바르고 선크림 바르고 베이스 바르고 베이스는 환한 톤과 어두운 톤을 섞어서 바르는 것이 얼굴에 윤곽도 생기고 좋아요. 아이섀도우 바르고 아이라이너 바르고 뭉친 곳은 면봉으로 떼어주고 마스카라로 속눈썹 올리고, 또 마스카라로 속눈썹 올리고, 두 번 덧발라야 확실하게 높일 수 있거든요. (생략) 마지막으로 입술 베이스를 바르고, 탱탱하게 볼륨을 높인다는 립스틱과 소녀처럼 청순한 이미지를 만든다는 립글로스를 바르고 마무리해요.

정가은ⓒ홍봉진 기자@
드디어 시간이 됐어요. 대기 중인 캠핑카 앞에서 기자를 만났어요. 핸섬한 남자 기자인 줄 알았는데 그냥 여자 기자에요. 여자들은 질투가 많으니까 내가 너무 예쁜 것보다 털털하게 보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코디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대견스러워요.

캠핑카에 타고 어색한 공기가 흐르지만 이내 대화를 나눠요. 캠핑카는 타 봤어요? 여행은 좋아해요? 최근에 어디 다녀왔어요? 드디어 인터뷰 장소인 선유도 공원 내 레스토랑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이 쳐다보고 웅성거려요. 다들 나를 알아보고 그러는 것 같아 표정 관리에 들어가요.

기자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네요. 언제 데뷔했느냐. 언제부터 연예 생활을 꿈꿨나. 언제 마음고생이 심했냐. 언제 기뻤나. 언제 관두려고 했나.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했나. 무명 시절은 언제냐. 그리고 프로그램 질문. 전에 했던 프로그램 질문,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 질문,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 질문, 그리고 사생활 이야기. 누구 만나냐. 누구랑 친하냐. 이상형은 누구냐. 오늘은 무엇을 했나. 취미 생활은 무엇이냐. 그리고 '관리' 이야기. 건강관리, 인맥 관리, 외모관리는? 말하기 싫은 것은 돌려 말하고, 넘겨 말하고, 살짝 빼고 말하고, 어색한 표정도 짓고, 말하기 싫다고 손도 저어보이지만 기자가 멈추질 않아요.

기자는 기사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 싸움하는 사람인가 봐요. 이렇게 피해보고 저렇게 피해보지만 도통 입을 열게 하네요.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살짝 물을 마시고 싶다고 매니저에게 신호를 보내요. 코디가 물을 가져다주고, 잠시 쉬는데 매니저가 기자를 불러 다음 스케줄이 있다고 정말 미안한 듯 말하네요. 기자가 매니저에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여요.

기자가 돌아와서 인터뷰는 이제 마쳤으니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네요. 사진을 찍으러 갔어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앉아서 서서 좌로 우로 돌아서 계속 찍는데도 사진 기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요. 그래도 사진 기자 비위는 맞춰야 해요. '지금 이 순간만 잘 참으면 예쁜 사진이 인터넷에 깔리겠지'란 생각으로 계속 포즈를 취해요. 1번, 2번, 3번.. 50번 그래도 계속 찍네요. '내가 예쁘니까 계속 찍겠지'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짧은 터틀넥 원피스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데 탁자 위에 올라가서 찍으래요. '네가 올라가 봐'라며 욱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여기 먹는 덴데요"라며 억지웃음으로 대응해요. 근데 사진기자 꿈쩍도 안 하네요.

신경전을 피우면 나만 손해겠다 싶어서 그냥 사람들 먹는 탁자에도 양해를 구하고 올라가요. 이게 매너니까요. 가게 주인이 눈빛이 짜릿한데 나한테 보내는 눈빛 같아 신경이 쓰여요. 그 쪽은 잠시 보지 않기로 해요. 사진 기자가 멈추질 않네요. 또 찍고 더 찍고 계속 찍고, 오늘 내 화보 찍는 날인가 봐요. 드디어 사진 촬영이 끝났어요. 사진 기자가 잘 나온 사진을 보여주네요. 예쁜 각도에서 나온 사진을 보니까 살짝 마음이 풀어져요.

이제 갈 시간이에요. 기자들에게 "너무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를 해요. "다음에 시간 나면 꼭 봐요"라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아요. 정말 나는 프로답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뿌듯해요.

기자=독자 여러분, 여자 연예인들이 인터뷰하는 데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인답니다. 그러니 악플은 자제해주세요.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tourexpress)>

정가은ⓒ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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