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애부터 황태경까지..2009 드라마 캐릭터열전

[2009 TV ★결산]

김현록 기자  |  2009.12.10 11:07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내조의 여왕' 천지애 김남주, '스타일' 박기자 김혜수,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 '지붕뚫고 하이킥' 정음 황정음

올해 등장한 드라마 속 최고의 캐릭터들은 누굴까. 시청자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들을 정리해 봤다. 2009년의 캐릭터에서도 여풍이 강세. 그 중에서도 카리스마 가득한 언니들이 캐릭터 계까지 평정했다.

◆유쾌한 속물.. 천지애

MBC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는 올 초를 사로잡은 대표 드라마 캐릭터다. 학창시절 잘나가던 미녀였지만 무능한 남편 때문에 억척 아줌마가 되어버린 그녀는 혹독한 불황이 닥쳤던 사회 분위기와 절묘하게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아부의 달인에다 돈 몇푼에 죽고사는 속물이지만 당당하고 유쾌한 그녀는 단숨에 인기 캐릭터로 떠올랐다.

8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남주는 CF 여왕의 이미지를 벗고 천방지축 아줌마로 180도 변신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물결파마, 핑크 립스틱 등 그녀가 선보인 아이템마다 대박이 났다. 능수능란한 연기자로, 여전한 패셔니스타로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눈썹 하나면 돼'.. 악녀 미실

올 하반기 최고 인기 드라마 MBC '선덕여왕'은 미실이란 걸출한 캐릭터를 배출했다. 미실은 독특한 악녀다. 성인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 첫회부터 등장해 극 전반을 장악했고, 주인공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극을 이끌었다. 톱스타 고현정이 주인공이 아닌 악역 조연을 택했다는 사실 자체도 화제였다.

미실은 현실세계 정치를 풍자하는 비정하면서도 영악한 통치자지만, 넘을 수 없는 벽에 대한 한을 품은 여인으로 묘사됐다. 눈썹을 까딱하고 입꼬리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고현정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선덕여왕'은 이밖에도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다수 양산했다. 우직함으로 주변을 살려준 유신(엄태웅), 팔색조 매력 비담(김남길), 개그콤비 죽방(이문식)과 고도(류담), 미생(정웅인)과 염종(엄효섭) 등도 인기를 모았다.

◆'엣지있게'.. 패션 카리스마 박기자

SBS '스타일'의 박기자 김혜수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패션지 편집장 박기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악녀 미란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김혜수는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발산하며 한국판 미란다를 김혜수 방식으로 소화했다.

김혜수가 매 장면 선보인 언밸런스 숄더 드레스, 화려한 프린트 원피스 등은 파격적인 레드카펫 패션의 선두주자인 그녀와 맞춤옷처럼 맞아 떨어졌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현실과 거리가 먼 박기자 캐릭터가 시청자의 사랑을 그만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녀의 말버릇 '엣지있게'는 최고 유행어에 등극했다.

◆드라마계의 초딩.. 황태경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은 마니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캐릭터다. 천재적 작곡과 노래 실력을 갖췄지만 명령하고, 투덜대는 것 외에 자신의 뜻을 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 미성숙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에게 여성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애정을 보냈다.

날렵한 아이라인을 그리고 새카만 머리를 멋들어지게 빗어넘긴 장근석은 맞춤 캐릭터란 표현이 나올 정도. 장근석은 '허세근석' 이미지를 오히려 등에 업고 까칠한 캐릭터를 정조준하는 영리함까지 발휘했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을 색색의 스키니 의상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떡실신녀부터 황정남까지.. 황정음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의 매력도 돋보인다. 황정음은 자신과 똑같은 이름의 천방지축 여대생 역할을 맡아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중. 극중 인물과 황정음이 헷갈릴 정도의 완벽한 싱크로를 보인 그녀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훌훌 털고 안방극장 최고 인기 주인공 중 하나로 태어났다.

실수연발의 민폐형 인물에 명품에 목숨거는 된장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정음 캐릭터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활력소. 황정남, 해변 떡실신녀 등 캐릭터 속 캐릭터도 인기를 모았다. 매 순간 에너지 넘치는 황정음의 연기는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지붕뚫고 하이킥'은 매력만점 캐릭터의 보고다. 정음과 더불어 '빵꾸똥꾸' 해리(진지희), 청순글래머 산골소녀 세경(신세경), 무뚝뚝한 매력남 지훈(최다니엘), 무존재감 아빠 보석(정보석) 등 주옥같은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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