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나얼은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2.16 14:35
ⓒ홍봉진 기자


한혜진은 '용서는 없다'(감독 김형준)가 첫 번째 영화라 했다. 신인 시절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달마야 서울가자'에 잠시 얼굴을 내비쳤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

그녀에 영화는 내공이 쌓이고 좀 더 단련이 됐을 때 해야만 하는 무엇이었다. 설경구 류승범 두 남자가 대결하는 영화에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로 출연하지만 한혜진이 오히려 감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혜진은 '용서는 없다'를 할 수 있었던 데 감사했다.

무서울 것 없는 똘똘한 형사에 스승격인 부검의를 동경하는 그런 인물. 지금까지 한혜진과 닮은 듯 또 달랐다. 한혜진을 만났다. 그녀는 감사와 열정을 입에 달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에 전념해 영화와는 큰 인연이 없었는데.

▶영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은 했는데 선을 넘지 못했다. 드라마쪽에서 좀 더 해보고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고 드라마쪽이 영화보다 연기력이나 그런 게 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해보지 않은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

-2004년 '달마야 서울가자' 이후 5년만인데.

▶이번 영화가 첫 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경험과 연기도 너무 많이 부족했으니. 무작정 영화에 들어오기 보단 배우고 싶단 마음이 컸다. 설경구 류승범, 두 선배와 언제 같이 해보겠나. 드라마 '떼루아'가 끝난 뒤 깨달은 게 많다.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남자 배역에 비해선 역이 작고, 어쩌면 전형적인 역이기도 한데.

▶큰 욕심을 안냈다. 한가지 욕심낸 게 있다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튀지 않고 물흐르듯 조화스럽게.

-'굳세어라 금순아' '주몽' 등에서도 개성이 톡톡 튀는 것은 아니었는데. 작품에 녹아들자는 게 원래 목표인가.

▶금순이는 그때만 해도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 '주몽'의 소소노도 그랬다. 배역 자체가 독보적이었기에 나를 더 드러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총사령관의 지휘에 잘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대본을 너무 보면 안좋다고 하시는데 아직 내겐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선한 이미지가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맡을 수 있는 역이나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생각은 없나.

▶착하게 봐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그런 이미지를 갖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에서 팜므파탈 같은 연기를 하게 되면 더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야 해, 이런 생각을 했다가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지금은 조금씩 변화를 주고 스스로 정말 자신감이 있을 때 뭔가를 해보고 싶다.

-7년차인데 슬슬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음. 예전에는 앞만 봤다면 요즘은 조금씩 옆이 보인다. 그래서 예전보다 훨씬 내 허점이 보인다. 그래도 감사한게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아주 얇은 막이지만 그런 막을 벗는 것 같다. 역량이 따라가진 못해도 주눅들지 말자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설경구를 동경하고 닮으려 노력하는데. 실제 그런 선배가 있나.

▶윤여정 선생님. '굳세어라 금순아'를 같이 했는데 정말 존경한다. 배우로 타고 난 사람이 있고 노력으로 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후자다. 윤여정 선생님은 현장에서 NG를 안낸다. 그건 대사가 입에 붙을 때까지 연습을 하신다는 뜻이다. 일일드라마라 오랜 하다보면 긴장이 사라지는데 그럴 때도 조금도 변하시지 않았다.
ⓒ홍봉진 기자

-'용서는 없다'를 하고 난 뒤 영화에 좀 더 자신감이 붙었나.

▶청량음료를 마신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계속 목이 마르다.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 '제중원'을 영화 끝나고 일주일만에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에 대한 목마름도 크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이 크다.

-'떼루야' 이후 그런 갈망이 커졌나.

▶어쩌면.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글거리는데 뒤돌아보면 '떼루야' 덕이 크다. 도마 위에 있을 때는 상처도 컸다. 하지만 그 작품이 착각을 막아줬다. 감사하고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한혜진에 배우란 소명인가.

▶그렇다. 소명이고 사명이다. 배우로서 관심을 받고 또 영향력이란 게 생긴다.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더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영향력이 생긴 만큼 자유에서 멀어진 부분도 있잖나. 연인인 나얼과에 대해 항상 질문을 받게 되고.

▶배우로서 좋은 일을 하는 것만큼 옆에 있는 한 사람도 중요하다.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 6년을 함께 웃고 운 사람이고 버팀목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드라마를 주로 하는 배우와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가 있다. 한혜진이 걸어갈 길은.

▶어떤 분들은 TV 드라마를 주로 하는 배우들을 생활형 연기자라고 하기도 한다. 스스로 그렇게 말하시는 분도 있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아니다. 그 열정은 생활형이라면 그렇게 나올 수 없다. 낮게 가고 싶다. 교만이란 단어를 제일 싫어한다. 교만하기 쉬운 직업인만금 낮게 섬기며 늘 감사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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