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20년만에 정상에 서다

MBC 연기대상 '대상'… "미실이 왕좌에 앉았다"

김현록 기자  |  2009.12.31 07:00
2009 MBC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정 <사진제공=MBC>
"저는 한 번도 1등이었던 적이 없어요."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고현정은 털어놨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수상할 때도 그녀는 진이 아닌 선이었고, 한창 시절에는 심은하와의 비교를 피하지 못했다. '모래시계' 직후엔 결혼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그러나 이날, 고현정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1인자였다. 고현정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공개홀에서 열린 2009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때만 해도 고현정의 2인자 하소연은 계속될 것만 같았다.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이 맡은 미실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왕후가 되지 못하고 여왕도 되지 못한, 영원한 2인자였기 때문이다.

극중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왕후가 되지 못한 것이 한스럽기만 한 여인이었다.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애쓰는 2인자였다. 미실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에서 고현정은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무게감을 더하는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그간 시상식 참석을 유독 꺼려했던 고현정은 15년만에 처음 시상식 무대에 등장해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은 지 약 11개월만에 '고민 해결'에 이른 셈이다.

시상식 결과에 대해 늘 논란이 이어지지만 고현정의 대상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각종 연예 관련 게시판에는 이번 결과에 대해 "한이 풀렸다", "정말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한을 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미실이 드디어 왕좌에 앉았다. 고현정은 한발 더 나간다. 차기작인 드라마 '대물'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연기할 예정이다.

고현정은 '선덕여왕' 1회에서 형언할 수 없는 눈물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보십시오 미실의 시대이옵니다"를 외쳤다. 그것은 예언이었을까. 데뷔 20년만에 그녀의 시대가 정말 활짝 열렸다.

고현정 ⓒ이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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