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속편-2기..연예계 '브랜드' 유지 고육지책

김관명 기자  |  2010.01.06 14:13

예전엔 끝나면 진짜 끝나는 것이었다. 시즌2라는 말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X파일'에나 있는 것인 줄 알았고, 영화에서 속편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같은 이름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가능한 줄 알았다. 또한 가요 그룹 멤버의 팀 탈퇴는 곧바로 팀 해체를 의미했다.

그러나 많은 것이 변했다. 최근 방송계에선 '시즌2'라는 말처럼 애용되는 단어도 없다. '국민남매' 유재석 이효리를 비롯해 대성 김종국 윤종신 박해진 김수로 등 멤버 전원이 하차하는 SBS '패밀리가 떴다'도 종영은 종영인데 '패떴'이라는 이름은 남는 종영이다. '패떴'의 색깔이나 다름없었던 유재석 이효리가 탈퇴했음에도 2월 중 '패떴' 시즌2, 이른바 '패떴2'가 전혀 다른 컨셉트와 멤버로 새 출발을 한다.

시청률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던 MBC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즌2격인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성업중이고, 한때 '안방마님' 노현정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KBS '상상플러스' 역시 시즌2격인 '상상더하기'로 살아남았다. 조성모의 높이뛰기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KBS '출발드림팀'은 '출발드림팀 시즌2'로 옛 명성 재현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지상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MBC에브리원 '무한걸스'는 멤버를 전원 교체하며 '무한걸스 시즌2'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영화계 역시 다르지 않다. 김강우 이하나 임원희를 내세워 쏠쏠한 재미를 봤던 영화 '식객'은 김정은 진구 왕지혜라는 완전 새 멤버로 속편 내지 '식객2' 격인 '식객: 김치전쟁'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식객 3'로도 이어질 예정. 또한 요즘 열애설로 인기검색어 1, 2위를 다투고 있는 유해진의 인기작 '주유소 습격사건'도 지현우 조한선을 내세운 '주유소 습격사건2'로 곧 관객과 만난다.

아이돌 그룹도 2기, 심지어 3기로 장수를 꿈꾼다. 최근 박정아와 서인영이 탈퇴를 선언한 쥬얼리 역시 원년 멤버는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LPG와 베이비복스 역시 현재 전혀 다른 색깔의 2기가 활동중이다. 베이비복스 소속사는 지난해 3기 연습생들을 태국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애프터스쿨은 아예 새 멤버를 '신입생', 탈퇴 멤버를 '졸업생'으로 부르며 명맥을 유지한다. 슈퍼주니어의 경우는 '슈퍼주니어-해피', '슈퍼주니어-M' 등 그룹을 쪼갠 유닛활동을 벌인 대표 그룹이다.

이는 결국 애써 쌓아놓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다. '패떴' '상플' '드림팀'처럼 줄임말로 불러도 척 알아들을 만큼 인지도가 높았던 프로그램 이름을 어떻게든 붙잡고 가고 싶은 것. 또한 인기가 높았던 '내조의 여왕'이나 '아이리스'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조의 여왕2', '아이리스2' 얘기가 돈 것도 이왕 친숙해진 브랜드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게 제작사나 시청자 모두 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부활한 것, 대박이 난 '아내의 유혹'이 '천사의 유혹'이나 '아내가 돌아왔다'처럼 계속 가지를 뻗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미닛, 2NE1, 티아라 등 신예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 아이돌그룹에게 기존에 확실히 뿌리내린 그룹명은 곧 자신들의 생명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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