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vs 데니안, 안 '나쁜 남자'도 좋다

김관명 기자  |  2010.02.01 09:31

요즘 TV는 나쁜 남자가 각광받는 시대다. 지금은 좀 순해졌지만 '파스타'의 버럭 셰프 이선균, 속마음은 일편단심이었으되 그래도 착한 남자는 절대 아닌 '추노'의 짐승남 장혁, 아직은 어리지만 '공부의 신'의 제대로 된 반항아 유승호 등등. 지난 2001년 '피아노'의 조재현이 불씨를 당긴 '나쁜 남자'의 잘 자란 씨앗들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상냥하고 배려심 많고 곁에서 말없이 지켜봐주는 '키다리 아저씨'는 여전한 매력남 아닐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김창완이 그랬고,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이 그랬으며, '찬란한 유산'의 배수빈이 그랬다.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도 김남주 입장에서만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MBC 월화극 '파스타'의 알렉스. 그는 전장터에 다름없는 라스페라에서 사고뭉치 공효진을 묵묵히 그리고 남몰래 지켜주는 거의 유일한 남자다. 공효진을 향해 "멸치 똥만큼" 조금씩 마음을 연 이선균이 옛 이탈리아 요리유학 동기(동거녀이기도 했다)인 이하늬로부터 기습 키스를 당하는 순간, 알렉스는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 얼른 공효진의 눈을 뒤에서 손으로 가려 이를 못 보게 한 것. '역경을 참고 견디라'는 메시지를 담아 공효진의 락커에 선인장 사진을 붙여준 그 '키다리 마음씨'가 그대로 드러났다.

라스페라 사장인 알렉스는 이번 '파스타'를 통해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가수 출신'이라고 쉽게 꼬리표를 달기에는 그의 연기는 무척 자연스럽고 그의 캐릭터는 완소남에 너무 가깝다. 처음엔 변태 같고, 개구쟁이 같고, 철없어 보였으나 이처럼 따뜻하고 속도 깊으며 자상한 남자, 요즘 TV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가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라스페라의 버럭 셰프 이선균은 (아직까지는) 세상에서 자기만 아는 최고의 이기주의자 아닌가.

KBS 수목극 '추노'의 데니안 역시 말없이 여주인공을 챙기는 점에서는 '파스타'의 알렉스 못지않다. 장혁 성동일 공형진 같은 짐승남들이 우글대는 추노 현장에서 거의 유일해 보이는 제대로 된 '사람'이다. 호위무사 백호로 출연중인 데니안의 눈과 마음은 오로지 묵묵히 혜원(이다해)을 향해 있고, 이 과정에서 맞부딪힌 '조선남자들의 로망' 오지호와는 승부를 떠나 통성명을 할 줄 아는 남자다운 매력도 있다. 호위무사이니 무예솜씨도 출중한 것은 기본. 다만 이제 곧 죽음으로 하차하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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